사회 전국

대기업·지자체가 페트병 친환경 소비 '역주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5 08:54

수정 2017.04.25 15:38

국내 일부 유통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정수사업소가 환경부 권고 페트(PET)병 재활용률 제고와 경량화 기준을 어기며 친환경 소비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부 유명 유통업체는 자체브랜드(PB) 페트병 음료상품에 아직도 '스크린 인쇄'로 직접 글자를 새겨 비접착식 라벨 사용이라는 환경 정책을 무시, 재활용 과정에서 일일이 분리하며 혼입 때 라벨 인쇄물질이 다른 페트병 재활용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25일 환경부와 관련업계, 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망고주스를 취급하는 A사와 커피·주스류, 생수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체인점 E사, 외국계 커피브랜드 전문점 S사, 유명 제과·제빵업체 P사 등이 대부분 중소기업까지 환경부 권고를 따라 비접착식 라벨을 선택하는데도 '스크린 인쇄'를 고집해 친환경·재활용 소비에 역주행하고 있다. 페트용기에 제품을 깔끔하게 보여 소비를 촉진한다는 이유 등이다.

일부 커피체인점도 환경부 고시 기준을 2배 초과하는 무게의 페트용기를 사용하고 많은 음료업체는 여전히 본드로 라벨을 부착해 재활용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 발생 뿐 아니라 소비자 건강을 도외시한다는 지적이다.


부산에서 페트용기 재활용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재활용 작업과정에서 본드를 사용한 라벨 때문에 엄청난 일손이 들어갈 뿐 아니라 가성소다(양제물)를 많이 사용해야 해 친환경 소비에 역행하고 있다"며 "환경부 권고에 따라 라벨을 사용하면 지금보다 재활용 효과가 90% 이상 높아져 수천억원대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정수사업소들도 페트병 친환경 소비에 역행하고 있다. 정수된 물을 페트용기에 담아 공급하고 있는 곳은 영등포정수센터 '아리수'와 부산시상수도본부 덕산정수사업소 '순수365'를 비롯해 30여 지역으로, 페트용기 중량은 대부분 환경부 고시 기준보다 턱없이 무거운 것을 사용하고 있다.

환경부가 제시한 중량기준은 최적 14.4g, 권고 16.2g(500ml 기준)이지만 서울의 '아리수' 용기는 350ml 기준(이하 동일기준)으로 20g, 부산의 '순수365'는 18g, 대구 고산정수사업소 '달구벌맑은물'도 용기무게가 20g에 달한다.

인천 남동정수사업소에서 만드는 '미추홀참물'과 대전 송촌정수사업소의 '잇츠수' 광주 용연정수사업소 '빛여울수'의 용기무게는 각각 23g으로, 환경부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광명 노온정수장의 '구름산수'와 부천 까치울정수장의 '복사골 맑은물'이 각각 22g, 안산 상수도사업소 '상록수'와 남양주 화도정수장의 '다산수'는 각각 21g, 성남의 성남정수장 '남한산성 참맑은물'과 천안 맑은물사업소의 '하늘그린물'은 각각 20g으로 물 용량은 350ml로 작으면서도 페트용기 무게는 더 무거운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수자원공사 역시 성남과 청주, 밀양에서 생산하는 '미미르' 400ml를 20g 페트 용기에 담아 제조해 공기업이 환경부 기준을 무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 라벨 접착제도 전주 맑은물사업본부와 한국수자원공사 외에는 대부분 지역 정수사업소에서 사용하고 있다.

반면 2014년부터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와 풀무원샘물 by NATURE를 생산하는 풀무원 등 생수업체들은 환경부 정책에 따라 생수병 경량화를 실천해 연간 7030t의 폐기물 감량에 앞장서 대조를 보인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어떤 페트병 음료제품이 소비자 건강과 친환경 재활용에 앞장서는지 꼼꼼히 따져 선택하는 지혜로운 소비가 필요하다"며 "환경당국도 라벨 부착과정에서 마개를 하지 않고 유해가스가 들어가는지, 페트병 라벨 비닐이 손쉽게 분리되도록 절취선을 표시했는지 등을 점검해 친환경·재활용 소비가 조기에 정착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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