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선주자, 너도 나도 '최저임금 인상'..현장선 근무시간 단축 꼼수에 '분통'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1 14:46

수정 2017.05.01 14:46

명지대 청소근로자들이 용역업체와 학교측의 근무시간 단축 꼼수로 피해를 본다며 점심시간에 맞춰 자연캠퍼스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명지대 청소근로자들이 용역업체와 학교측의 근무시간 단축 꼼수로 피해를 본다며 점심시간에 맞춰 자연캠퍼스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19대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편법이 성행,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업체에서 오른 최저임금만큼 근무시간을 줄임으로써 근로자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업무시간 단축으로 수입이 동결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

■최저임금 올랐는데 수입은 감소?
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에 따르면 최근 명지대 자연캠퍼스에서는 점심시간에 맞춰 청소근로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인다. 명지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근로자들은 용역업체 A사가 근무시간 단축으로 임금삭감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명지대비정규분회 김재례 분회장은 “A사가 올해 학교와 재계약한 뒤 우리와 교섭 과정에서 갑자기 근무시간을 30분 줄이겠다고 했다”며 “지금도 7시간 근무여서 인근 다른 대학보다 1시간 적은데 30분을 더 줄이겠다는 것은 결국 임금을 더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가뜩이나 생활하기 어려운 비정규직을 벼랑으로 모는 셈"이라고 털어놨다.


A사는 학교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최저임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지난해와 비슷한 조건에 명지대와 계약했으나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에서 6470원으로 7.3% 올랐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맞추되 근로시간 감축을 통해 지출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청소근로자들은 올해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근무시간이 단축되면 월급(25일 근무기준)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4000원 가량 줄어든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학교 측은 “청소근로자들과 용역회사 간 갈등”이라며 “학생수가 감소하고 등록금은 수년째 동결돼 청소용역에 예산을 더 쓸 수도 없다”고 했다.

■처벌 규정 없어..공감대, 입법보완 필요
고용노동부는 이처럼 최저임금이 오르자 근무시간을 줄이는 형태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계약사항 변경으로 생기는 손해는 민사상 문제제기가 가능하지만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근로시간을 감축했다고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소·고발이나 감독 요구 등이 있을 경우 근로감독관이 임금을 보존해줘야 한다는 등의 권고는 할 수 있지만 강제력은 없다”며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새로운 입법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명지대 같은 사례가 최저임금법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며 감시와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근로자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최저임금법은 근로자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인만큼 이런 취지가 실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명지대 같은 사례를 주변에서 많이 접하는데 사실상 합법을 가장한 불법이나 마찬가지”라며 “고용부가 이에 대한 실태 조사는 물론,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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