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100일, 혼돈의 미국] 보좌관 딸, 선임고문 사위… 족벌인사 불법 논란에도 가족정치 계속될 듯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1 16:37

수정 2017.05.01 21:27

(3) 백악관까지 패밀리 비즈니스
대선때부터 가족들 참여 美 연방법 위배 비난에 무급고용은 괜찮다고 일축
향후 장남.차녀 등도 정치 지원 가능성 높아
"족벌주의는 삶의 한 요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둘째아들 에릭 트럼프는 지난 4월 초 인터뷰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족벌인사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친인척을 같은 조직에 끌어들이는 족벌주의에 대한 현지 반응은 제각각이다. 딱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경험도 없는 자격 미달의 인물에게 중책을 맡긴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간 보여준 인사 방침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따른 미국 안팎의 논쟁 또한 거세질 것이라는 대목이다.

■대선부터 이어지는 '가족경영'

일흔 나이에 결혼만 3번한 트럼프 대통령은 슬하에 3남 2녀를 두고 있다. 첫부인 이바나 트럼프와 결혼에서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장녀 이방카 트럼프, 차남 에릭 트럼프를 얻은 그는 1993년 배우 출신인 둘째 부인 말라 메이플스와 결혼했다. 둘째딸 티파니 트럼프는 이 두번째 결혼에서 태어났다. 셋째 아들 배런 트럼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2005년 유명 모델이었던 현재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결혼해 탄생한 자녀다.


트럼프 가족들이 미국 정치계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시기는 지난해 대선이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대선운동이 한창이던 2015년 5월, 당시 경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장녀 이방카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에게 정권인수위원회 구성을 맡겼다고 보도했다. 쿠슈너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재벌 출신이자 25세에 주간지 뉴욕옵서버를 인수한 젊은 사업가다. 장녀 이방카 역시 대선에서 빛을 발했다. 모델 겸 패션사업가였던 그는 화려한 외모와 유창한 언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를 돕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등 돌린 여성 유권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여기에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까지 참모로 끼어들면서 트럼프 선거 캠프는 사실상 트럼프 '가족경영'으로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취임 이후 쿠슈너와 이방카를 각각 '선임고문'과 '백악관 보좌관'으로 임명해 백악관에 들였다. 트럼프 측은 야당의 족벌인사 비난에 무급으로 일하는 직책이라고 대꾸했다.

■뿌리 깊은 족벌인사

미국에서 대통령의 친인척이 정치에 개입하는 사례는 빈번하게 일어났다. 미 경제지 포천은 지난달 26일(이하 현지시간) 전문가를 인용해 미 역사상 대통령의 아들 가운데 부친의 업무를 도운 인물이 18명이며 딸이나 며느리 가운데 비슷한 역할을 했던 사람만 14명이라고 강조했다. 앤드류 존슨, 러더퍼드 헤이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모두 정책 문제에 자녀들의 조력을 받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딸인 안나 루스벨트는 1945년 얄타회담에서 연합국 정상회의를 도운 이력이 있다. 제프 소넨필드 미 예일대 경영학 교수는 올 4월초 미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해 "가족기업이 무조건 끔찍한 것은 아니다"며 포드를 예로 들었다. 그는 "가족이 참여했지만 잘 유지되는 기업들이 많았다"고 트럼프 정부를 옹호했다.

미 의회는 1961년 당시 대통령의 친동생인 로버트 케네디의 법무장관 취임 이후 족벌인사를 막기 위해 법적 장치를 도입했다. 1967년에 제정된 미 연방법 제 5편 1절 3110조 '친인척 고용과 제한' 조항을 살펴보면 공무원은 친인척을 자신이 통제하는 기관에 고용해서는 안 되며 정부는 이를 위반해 고용된 인물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말라고 쓰여 있다. 미 정치권에서 쿠슈너와 이방카의 백악관 입성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미 법무부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일 쿠슈너 등용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 중 하나이며 불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자질과 공정성이 관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5일 이방카가 주요 20개국 여성경제정상회의(W20)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나란히 단상에 오른 다음날 논평을 내고 이방카가 중책을 맡는 것이 3가지 이유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FT는 대통령의 친인척이 중대한 역할을 맡은 것은 서구 민주주의에서 이례적인 동시에 미국의 위신을 깎아내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방카의 공직과 사익간의 충돌, 이방카의 불확실한 역할이 정치적 불안을 자아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트위터를 통해 미 백화점 노드스트롬이 이방카의 패션 브랜드를 퇴출하자 이를 비난해 구설수에 올랐다. 또한 이방카는 W20 회의 당시 트럼프 정부의 부실한 여성정책을 옹호하다 관중들에게 야유를 받기도 했다. 아울러 쿠슈너는 같은 달 백악관의 또 다른 권력 핵심인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와 권력암투가 알려지면서 쿠슈너.이방카 부부가 사실상 백악관을 휘두른다는 의혹을 키웠다. 지난달 25일 워싱턴포스트(WP)에 의하면 미 유권자 61%는 트럼프 대통령이 장녀 부부를 공직에 둬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트럼프 가문의 정치개입은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에릭과 함께 트럼프 그룹 지주회사를 운영 중인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달초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뉴욕주지사 선거에 나가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는 몬타나주 하원 보궐선거에 대비해 지난달 21일 현장을 찾아 공화당 유세를 돕는 한편 3월에는 텍사스주 공화당 후원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둘째딸이자 지난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단에 올랐던 23세 티파니는 올 가을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있으며 셋째아들 배런은 올해 11세가 됐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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