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찍어야 하나" 요즘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다. 언론사에 다니다 보니 정보를 많이 접하는 줄 알고 하는 질문이겠지만 딱히 해 줄 말도 별로 없다. 그저 '알아서 찍어라'고만 한다.
19대 대통령 선거는 사상 유례없이 혼란스럽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 정국이 시작됐지만 후보자도, 유권자도 모두 준비가 안돼 선거 일주일을 남겨 놓고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아직도 자유한국당은 새누리당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을 같은 정당이라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선거 유세기간도 짧아 후보자들 공약이 대부분 재탕 삼탕이다. 그런 공약마저도 홍보가 안돼 얼굴만 보고 투표를 해야 할 판이다. TV토론이 있었지만 방송 내내 공약 대결보다는 인신공격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오죽했으면 TV토론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까. 애들 보기에도 민망한 저급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19대 대선을 한 편의 코미디 같다는 사람이 많다. 코미디 프로에 자주 등장하는 유행어도 19대 대선 유세에서는 유독 많다. 대통령 후보가 많은데, 알릴 방법이 마땅찮아서 그런지 너도나도 유행어를 만들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文)을 열고 안(安)을 보니 홍준표만 보이더라"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재미(?)를 봤다. 이 말을 들은 어떤 분은 "문(文)을 열고 안(安)을 유(劉)심히 보니 홍준표만 보이더라"로 바꾸면 더 좋겠다고 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하지만 홍 후보는 이 말 외에는 대부분 네거티브 유행어만 쏟아내 상대진영의 표적이 되고 있다.
갑철수(안철수 부인 갑질했다는 의혹을 빗댄 말), 상왕(박지원, 이해찬 등이 당선인을 좌지우지한다는 말), '홍찍문'(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 당선), '유찍문'(유승민 찍으면 문재인 당선), '심찍안'(심상정 찍으면 안철수 당선) 등도 있지만 원색적이고 자극적이다. 투표일이 다가 오자 "에라이, ×××의 ××들", "이 ×들아" 등 입에 담기 힘든 말까지 등장했다.
물론 대선에서 유행어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딱딱한 선거를 보다 친근감있게 만들고,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대선 유세에서 나오는 유행어는 사람을 즐겁게 하기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 '이기심과 저주'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권위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정치가 희화화되고, 대통령까지도 막말의 대상이 됐다. 현직 대통령을 누드화 소재로 삼고 공식석상에서 노골적으로 욕을 하기도 했다. '국격이나 품격'을 찾아보기 힘들다. 19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에서도 '품격'은 어디에도 없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던 걱정이 앞선다.
shin@fnnews.com 신홍범 증권부장·부국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