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가맹점 알바 근로조건 조사 ‘공방’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 속 본사 매장관리직원들에게 최저임금.주휴수당 등 실태 파악을 지시한것으로 알려져
CU측 "가맹점 법위반 무관.. 근로조건 파악도 사실무근”
알바노조.가맹점주 “본사는 가맹점과 공동 책임 져야”

#. 충북의 한 지역 편의점 CU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김모씨(28)는 지난 6개월 동안 근무하며 엿새를 제외하고 모두 출근했다. 사장이 김씨에게 한 달 만근하면 월급일 하루만 휴가를 줬기 때문이다. 김씨는 또 심야시간대인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매일 12시간 이상 일했다. 정부가 법정 근로시간을 1주 최대 68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김씨는 사장으로부터 주휴수당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김씨는 "지역의 편의점 근로조건이 거의 비슷해 사장에게 시정을 요구하기 어려웠다"며 "가맹점을 관리하는 본사 직원 역시 이런 문제를 알고 있지만 바뀌는 건 전혀 없었다"고 털어놨다.

■관리직원 수십항목 조사에 본사는 "그런 일 없다"

최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최저임금 미만 지급, 주휴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CU 본사의 가맹점 알바생 근로조건 전반에 대한 조사.수집을 둘러싸고 때 아닌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CU는 가맹점의 법률 위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본사는 가맹점의 인사(人事)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며 책임에 선을 긋는 입장을 보여 배경이 주목된다.

7일 CU 관계자 등에 따르면 올해 초 CU 측은 본사 '매장관리직원(SC)'들에게 내부 프로그램을 통해 가맹점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로조건을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는 현재 1만1000여곳에 달하는 가맹점에 SC를 파견, 매장 운영을 보조하고 있다.

한 관리직원은 "문서 파일을 확인하니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알바생들의 임금 실태 등 근로조건을 파악, 입력해야 하는 항목이 수십가지 됐고 본사 차원에서 법 위반 사안을 파악하려는 것 같았다"며 "관리하는 가맹점 10여곳을 돌아다니면서 점주들을 대상으로 알바생 최저임금, 주휴수당 지급 여부 등을 물어 프로그램에 입력했다"고 털어놨다.

구체적으로 △근로 계약서 작성 여부 △주휴수당 지급 △최저임금 △5인 미만 사업장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편의점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근로기준법 위반 사안이다.

그러나 CU 측은 관리직원의 가맹점 내부 인사 관리 등 실태조사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CU 관계자는 "가맹점 인사관리에서 본사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근로조건 파악도 사실이 전혀 아니다"고 전했다.

특히 CU는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근로계약 등 '인사' 문제가 발생할 때 마다 가맹점과 본사 간의 책임 분리를 주장해왔다.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법 위반 사안에 본사는 전혀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경북 경산에서 CU 알바생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도 본사 측은 "가맹점의 인사관리는 본사와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고용부 "가맹점 법위반에 '책임 없다'만 되풀이"

문제는 본사의 책임 분리 방침으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알바생들은 노동법 위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를 받는 대다수는 청소년 근로자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청소년 다수고용 사업장' 점검 결과, 편의점 32곳 중 21곳이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CU는 2013~2014년 조사에서 189곳 중 154곳(81.4%)이 적발돼 법 위반이 가장 많은 업체로 꼽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당국 차원에서 업체 관계자와 만나 가맹점의 법 위반 문제 해결 방안을 요청해도 결국 본사 책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고 지적했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본사에서 가맹점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파악하고 있다면 더 이상 가맹점 문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편의점 법 위반 실태가 심각한 만큼 해외처럼 본사와 가맹점이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CU가맹점주들도 노동법 위반 문제에 본사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CU 전국가맹점주모임 관계자는 "매년 최저임금이 오르고 경쟁 업체가 늘어나면서 가맹점 노동법 위반 문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가맹점주는 수익이 줄어드는 반면 본사는 영업 이익을 꼬박꼬박 챙기면서 모든 책임은 가맹점에 떠넘기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본사가 임금액 일부 보전 등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e-mail]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