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충남)·대전=김은희 기자 김유아 수습기자】"시작은 작았지만 결과는 거대했습니다. 감히 '뚜벅이 유세'를 제2의 안풍(安風)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8일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이같이 확언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적극적인 스킨십을 통해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는 취지로 지난 4일부터 5일간 진행됐다. 그는 대구에서 출발해 부산, 광주, 서울로 유세를 이어갔다. 거꾸로 에스(S)자를 그린 그는 이날 정치적 중원지인 충청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뚜벅이 유세 마지막 날, 그는 여전히 초록색 셔츠에 운동화를 신고 검정색 배낭을 멘 모습이었다. 전날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서울 전역을 걸어다닌 그였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시장에서 민심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던 안 후보는 이날 충청에서 시장민심 잡기에 나섰다.
이날 충남 천안 중앙시장과 대전 중앙시장을 찾은 안 후보는 흡사 '한끼줍쇼(연예인이 평범한 가정집을 찾아 식사를 얻어먹는 예능프로)'를 찍는 듯 했다. 그만큼 열성적으로 안 후보에게 간식거리를 나눠주며 격려하는 시민이 많았다. 안 후보는 이들이 건네는 물과 생과일주스, 떡, 마약김밥, 동그랑땡 등을 받으며 연일 "감사하다"고 고개숙여 인사했다.
안 후보 지지자들의 응원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 40대 남성은 "프랑스엔 마크롱, 한국에는 안철수"라고 외쳤고 전집을 운영하는 30대 여성은 어버이날을 맞아 "대한민국 국민의 어버이가 돼 달라"며 카네이션을 달아주기도 했다. 장을 보러 나온 한 30대 남성은 "문재인이 되면 나라가 그리스꼴 난다. 꼭 잘 해달라"고 당부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혼잡했던 거리유세는 안풍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리며 120시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뚜벅이 유세는 비효율적인 유세방식이다. 청중을 모아서 하는 연설보다 제한된 수의 시민을 만날 수밖에 없고, 직접 걸어 다니다보니 속도도 그만큼 느리다. 당내에서 뚜벅이 유세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이를 겨냥, "경호 걱정없이 아무데나 막 걸어 다녀도 사람이 몰려들지 않는 안 후보가 부럽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그럼에도 안 후보는 뚜벅이 유세를 밀어붙였다. 2012년 안풍을 불러일으킨 청춘콘서트 당시 청년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던 것처럼 시민의 이야기를 들으러 다니겠다는 취지에서다. 기존 선거유세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를 줘야 한다는 안 후보의 생각도 반영됐다.
안 후보의 첫 뚜벅이 유세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지난 4일 '보수의 심장' 대구 동성로는 안 후보를 보기 위해 몰려든 대구 시민들로 꽉 들어찼다. 시민들은 안 후보를 만나 워킹맘으로서 또는 취업준비생으로서 안고 있는 걱정과 고민을 털어놨다.
어린이날인 5일 부산에선 교육공약과 미세먼지 방지대책을 설파하며 '아이들의 미래'를 그렸다. 안 후보는 길에서 만난 외국인 여성을 만나 차별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지하철에서 아이 셋을 둔 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다.
4박5일간 진행된 안 후보의 뚜벅이 유세는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만 지난 7일 기준 조회수 195만7290건을 기록했고 도달수는 844만753건에 달했다.
안 후보는 마지막 뚜벅이 유세를 마치며 "가장 전통적인 걷기와 첨단의 시스템이 만나 더 많은 국민께 다가갈 수 있었다. 진심이 있었기에 국민께서 그것을 알아봐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안 후보가 뚜벅이 유세에서 만난 시민들은 거부감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놨다. 걷고 또 걷는 그에게 격려도 쏟아졌다. 물론 무심히 지나치는 시민도 있었지만 말이다. 안 후보는 "걷고 또 걸으면서 정치를 처음 시작했던 이유도 되돌아보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초심도 더욱 간절해졌다"며 시민들에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안 후보는 뚜벅이 유세의 뒷심을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뚜벅이 유세가 나비효과를 불러올지는 결전의 날인 9일 지켜볼 일이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김유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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