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인간의 삶은 수많은 '계산'의 연속

차가운 계산기 필립 로스코 / 열린책들

경제학의 본성을 날카롭게 알려주는 세인트앤드루스 경영대학 부교수 필립 로스코의 첫 대중 저술서다. 문학적 비유와 폭넓은 실증 연구, 저자의 경험을 한데 녹여 경제학의 디스토피아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무엇이 인간을 차가운 계산기로 만드는가'를 묻는다. '당신은 계산적 인간인가'라고 묻는다면 발끈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사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계산'의 연속이다.

한 나라 혹은 전 세계 정치경제의 운영과 국가 정책의 방향 등 거시적 사안부터 직업, 취미, 연애, 배우자의 선택까지 아주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에 이르기까지 경제적 인간관과 계산적 합리성이 우리를 지배한다.

저자는 오늘날 경제학은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근거가 불분명한 계산에 기초해 '새로운 사실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진단한다. 전문가들이 확립한 측량법에 따라 인간의 목숨에 가격을 매기고, 한 사람이 얼마나 신용할만한지 점수를 매긴다거나 환자들 중 치료받을 사람과 놔둘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그것이다. 저자는 심지어 '경제적 논리는 정교한 쇼'라고 꼬집는다. 우리가 쓰는 언어와 특수한 장치에 기대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이다. 심지어 도덕적 문제까지 기술적 시뮬레이션으로 환원하고자 한다고 비판한다. 집 사기, 교육 받기, 주식 거래하기, 사랑에 빠지기, 병에 걸리기, 죽음과 주검을 거두는 과정 등 일상적인 환경 속에서 자신의 주장을 검증한다.

"이 책은 경제학이 어떻게 쇠사슬을 끊고 실험실을 탈출해 세상에 나오게 됐는지, 그리고 이 때문에 우리 모두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라니. 단지 책 속의 지식이라고 생각했던 경제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제적 인간' 또한 그렇다. 한정된 자원 하에서 합리적 선택을 내리는 주체를 의미하는 '경제적 인간'은 계몽주의 시대에 등장했다. 저자는 이 개념이 산업 시대와 자본주의를 거치며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지배적 인간형으로 올라섰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경제학은 위험한 학문이다.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다. 우리의 삶에서 발생하는 상당수 복잡한 문제들의 해답은 경제학만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저자는 경제학을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경제학이란 지역적이며 구체적이고 민주적이라는 말처럼 타인의 존엄과 인격적 개성을 무시하고 다면적 비용-편익으로 예산되는 경제학 도구를 버려야 한다. 효율성보다 인류애를, 개인적 이익 앞에 관계의 회복을 앞세우는 새로운 경제학으로의 변혁을 주장한다.

이것이 저자가 던지는 '당신이 살고 싶은 세상은 정말로 어떤 세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일지도 모른다.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