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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레저] 이곳은 한국의 알프스, 울주입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11 17:02

수정 2017.05.12 09:19

그림 같은 풍경, 스위스 어디쯤일까요?
억새밭 신불산을 내려오면 푸른바다 간절곶이 보인다
바다 언덕위 빨간우체통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겸재 정선도 이곳에서는 길을 멈추고 붓을 들었다
유럽 버금가는 풍경.. 고산과 계곡 어우러져 '절경'
조망대 격인 간월산 오르면 일곱 봉우리가 한눈에 펼쳐져
진경산수화가 눈앞에
엎드린 거북이를 닮아 이름붙은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도 볼만
겸재 정선이 남긴 풍경화와 꼭 닮은 모습 살펴보는 재미도
해발 1000m 이상의 산 아홉개가 솟아 있는 '영남 알프스'는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하고 가을엔 순백의 억새가 환상적이다. 영남 알프스를 찾은 여행객이 신불산 억새공원을 걷고 있다. 아래 사진은 간절곶에 있는 소망우체통. 사진=조용철 기자
해발 1000m 이상의 산 아홉개가 솟아 있는 '영남 알프스'는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하고 가을엔 순백의 억새가 환상적이다. 영남 알프스를 찾은 여행객이 신불산 억새공원을 걷고 있다. 아래 사진은 간절곶에 있는 소망우체통. 사진=조용철 기자

[yes+ 레저] 이곳은 한국의 알프스, 울주입니다

【 울주(울산)=조용철 기자】 울산만 바라보면 각종 공업단지와 조선소 등 산업시설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울산 도심을 에워싸고 있는 울주는 대자연과 청정함을 간직한 지역이다. 울주라는 지명이 조금은 낯설고 생소하지만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산과 바다, 역사 깊은 유적을 두루 만날 수 있다. 가지산과 신불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준령들은 '영남 알프스'로 불리며 계절마다 색색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특히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은 하늘, 억새, 운무, 전망, 경관 등을 주요 테마로 한 친환경적인 순환형 탐방로를 이루고 있다.

울주에선 '산으로 갈까' 아니면 '바다로 갈까'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영남 알프스를 둘러본 뒤 하얀 등대와 일출이 장관인 간절곶에서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선사시대 유적을 만나러 갈 수도 있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은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보고 만지고 느끼는 '체험여행'이 각광받는 요즘, 울주에선 다채로운 생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1950년대부터 전통 옹기의 맥을 이어온 외고산 옹기마을에선 나만의 옹기를 빚을 수 있고, 언양과 봉계 한우 불고기단지에선 육질이 뛰어난 한우를 맛볼 수도 있다.

또 하나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의 그림 속 장소를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겸재는 암각화로 유명한 반구대 풍경을 그린 그림 두 점을 남겼는데, 하나는 겸재의 화첩으로 알려진 '교남명승첩'에 남아 있고 다른 하나는 조선시대 문필가 권섭의 '공회첩'에 전해진다. 특히 70세 안팎에 그려 완숙한 필치를 보여주는 '공회첩'의 '반구(盤龜)'는 반구대의 수직 고저감과 암벽의 질감이 마치 실물처럼 잘 표현돼 있어 놀랍다. 그림 좌측 하단에는 반구대 가는 길에 있는 정자인 '집청정(集淸亭)'도 묘사돼 있다.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은 반구대 풍경을 담은 그림 2점을 남겼는데, 그중 하나가 반구대의 수직 고저감을 실물처럼 표현한 '반구'다.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은 반구대 풍경을 담은 그림 2점을 남겼는데, 그중 하나가 반구대의 수직 고저감을 실물처럼 표현한 '반구'다.

■'천혜의 절경' 영남 알프스

백두의 등줄기가 경상남북도의 경계에 힘껏 솟구쳐 1000m 이상의 고산들을 중심으로 거대한 산악지형을 이루고 있다. '영남의 지붕'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을 유럽의 알프스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해서 '영남 알프스'라고 부른다.

영남 알프스에선 울산, 밀양, 양산, 경주, 청도의 접경지에 형성된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000m 이상 9개의 산이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한다.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 기묘한 바위와 나무들이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봄에는 진달래가 만발하고 가을엔 순백의 억새가 환상적이다.
여름엔 계곡에서 물놀이를, 겨울엔 눈꽃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묘미다.

영남 알프스엔 천연기념물 12종과 1046종의 동식물을 만날 수 있어 자연이 만든 거대한 동식물원이라고도 불린다. 이 중 영남 알프스의 조망대라고 불리는 간월산은 영남 알프스 일곱 봉우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배내골에서 간월재에 이르는 임도를 지나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에 펼쳐진 간월재는 산악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코스다. 패러글라이딩으로 간월재를 감상하는 것도 영남 알프스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영남 알프스의 주봉이자 가장 높은 산인 가지산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한다. 가지산 철쭉나무 군락은 가지산 석남터널 위에서부터 정상부를 거쳐 쌀바위까지, 그리고 밀양시와 청도군 능선까지 분포하고 있다. 철쭉 군락지와 함께 주변엔 까막딱다구리, 검독수리, 수리부엉이, 원앙, 하늘다람쥐, 수달 등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주군 군립공원으로 예부터 신성한 산으로 불리는 신불산 주능선엔 억새평원이 있어 가을이면 금빛 억새가 장관이다. 등산코스는 등억온천단지 오른쪽 가장자리에 자리한 간월산장에서 시작한다. 간월산장 바로 위쪽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홍류폭포에 닿는다. 폭포 아래쪽으로 가면 간월재 방향과 공룡능선 방향으로 길이 갈라진다. 홍류폭포를 지나 왼쪽길로 가면 가파른 비탈길이 나오고 곧이어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초입의 바위가 조금 어렵지만 턱이 있어 오르는 데는 문제가 없다.

영남 알프스를 둘러본 뒤 찾아간 간절곶은 해맞이 장소로 유명하다. 새하얀 등대와 아름다운 조각상, 거대한 소망우체통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세계 최대 크기의 소망우체통에 엽서를 넣으면 실제로 배달이 된다. 간절곶 가까이에 자리한 진하해수욕장은 금빛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되는 명소다. 홀로 바다를 지키는 작은 섬 명선도에 이어 최근에는 밤이면 오색 빛깔로 빛나는 명선교가 진하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다.

울주에는 빼어난 풍광뿐 아니라 암각화로 유명한 반구대가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울주에는 빼어난 풍광뿐 아니라 암각화로 유명한 반구대가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겸재 정선의 그림 좌측하단에 묘사된 집청정도 꼭 둘러볼 만한 곳이다.
겸재 정선의 그림 좌측하단에 묘사된 집청정도 꼭 둘러볼 만한 곳이다.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울주의 산과 들엔 우리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유적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유적은 대곡리의 반구대(盤龜臺)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다. 반구대는 언양읍 대곡리의 사연호 끝머리에 층을 이루고 있는 바위 모양이 마치 거북이가 넙죽 엎드린 형상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반구산의 끝자락이 뻗어 내려와 우뚝 솟은 곳에 테라스처럼 층층이 쌓인 점판암으로 형성된 기암절벽이 솟아 있고 돌 틈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와 그 아래를 굽이쳐 흐르는 대곡천의 맑은 물이 절묘하게 뒤섞여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연출한다.

암각화란 바위나 동굴 벽에 동물상이나 기하학적 문양을 새겨놓은 그림을 말한다. 구석기시대부터 이러한 암각화를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신석기시대의 것이다. 선사시대의 신앙과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했으며 주로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인 내용이 많다.

국보 제285호인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태화강의 한 지류인 대곡천의 너비 10m, 높이 3m 바위에 새겨진 그림으로 신석기시대부터 여러 시기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고래, 물개, 거북 등 바다동물과 사슴, 호랑이, 멧돼지, 개 등 육지동물과 사람 등을 볼 수 있다. 암각화에 새겨진 그림을 보면 당시 사람들이 활발하게 사냥 활동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암각화 전시관으로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의 모형을 보고 선사시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1층에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모형이 있어 연중 8개월가량 물 속에 잠겨 있는 반구대 암각화의 완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천전리 각석엔 여러 종류의 동물과 인간, 다양한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져 있다. 아래위 2단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내용이 다른 기법으로 표현돼 있으며 전체적으로 조각이 가득하다. 윗단의 마름모꼴무늬, 굽은무늬, 둥근무늬, 사슴, 물고기, 사람 얼굴상 등은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당시의 풍요 의식과 관련된 표현이라고 한다. 아랫단은 선을 그어 새긴 그림과 글씨가 뒤섞여 있는데 기마행렬도, 동물, 용, 배를 그린 그림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배 그림은 당시 신라인의 해상활동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글자는 800자가 넘는데 왕과 왕비가 이곳에 다녀간 것을 기념하는 내용으로 법흥왕대에 두 차례에 걸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내용 중에는 관직명이나 6부 체제에 관한 언급이 있어 6세기께 신라사회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천전리 각석 주변의 계곡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가까운 곳에 신라 공신 박제상의 유적인 치산서원지, 망부석, 은을암 등이 있고 수령 500여년의 높이 223m, 둘레 12m에 이르는 거목인 두서면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 제64호로 지정돼 있다.

언양불고기
언양불고기

짚불곰장어
짚불곰장어

■'다양한 옹기 체험' 외고산 옹기마을

외고산 옹기마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민속 옹기마을이다. 울산옹기박물관과 옹기아카데미관을 비롯해 전통공방과 전통가마 등 옹기와 관련된 문화유산이 이곳에 밀집해 있다. 외고산 옹기마을은 1950년대 경북 영덕 오천리에서 옹기점을 하던 허덕만씨가 기존 대포가마의 단점을 개량한 칸가마를 개발해 보급하러 다니던 중 교통이 편리하고 흙의 질과 입지조건이 좋은 이곳에 옹기점을 차린 것이 시초가 됐다고 한다. 당시에는 6·25전쟁 영향으로 부산을 비롯한 남부지방에 피란민이 몰려 있어 옹기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옹기점만 10개에 이르렀고 400여명이 이곳에서 일했다. 이때 만들어진 옹기가마 14기 중 9기가 아직 남아 있다.

옹기의 제작과정과 쓰임새를 보다 쉽게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옹기아카데미관과 도기류 유물 1000여점을 전시하고 있는 울산옹기박물관, 울주지역의 다양한 고유민속문화와 생활상을 관람할 수 있는 울주민속박물관도 볼거리다.

울주에서 이름난 먹거리는 단연 언양불고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3대 불고기 중 하나인 언양불고기는 석쇠와 참숯에 구워내 맛이 찰지고 담백하다. 최근 짚불곰장어도 인기가 오르고 있다. 짚불곰장어는 미국 알래스카에서 들여온 싱싱한 곰장어를 실제로 짚불 위에서 토속적인 방식으로 구워낸다.
하지만 짚불을 이용해 통째로 굽는 곰장어구이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린다. 아삭하고 고소해 식감이 좋다는 평도 있지만 통째 구워 모양이 거칠고 거무튀튀해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곰장어 통구이가 보기 싫다면 양념구이로 먹으면 된다.

yccho@fnnews.com 조용철기자
[yes+ 레저] 이곳은 한국의 알프스, 울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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