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 사건과 최씨의 뇌물 혐의 사건을 병합키로 해 당일 이들은 나란히 법정에 선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는 것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21년 만이자 '40년 지기' 최씨와 조우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처음이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불구속 기소)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23일 오전 10시 진행한다. 정식재판은 준비절차와 달리 피고인이 의무적으로 출석해야 해 당일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예우 차원에서 사복을 입고 여성과 노약자에 대한 재판 관례에 따라 수갑과 포승줄 없이 법정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씨의 경우 첫 공판 때 수의를 입고 출석한 후 몇 차례 사복 차림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도 대부분 공판에서 정장 차림으로 출석한 바 있다.
당일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한다. 기소된 피고인과 법정에 출석한 사람이 실제 같은 인물인지 확인하는 절차로, 대리 출석이 금지된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을 사칭한 다른 인물이 대신 재판을 받는 것을 차단하려는 취지다.
검찰은 삼성 뇌물수수 등 박 전 대통령의 18개 공소사실을 설명하고 박 전 대통령 측은 각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당일 혐의를 전면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최씨가 삼성에서 뒷돈을 받는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을 몰랐고 삼성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부탁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역시 대기업들에 직접 출연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해왔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최씨 측도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뇌물죄 구성요건인 대가성, 부정한 청탁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사실상 경제적 이익을 공유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최씨가 금품 지원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정식 재판은 이틀 후인 25일 열린다. 이날은 피고인 중 박 전 대통령만 출석해 최씨 심리가 마무리된 직권남용·강요 혐의에 관한 서류증거 조사가 이뤄진다.
재판부는 앞서 박 전 대통령 사건과 최씨의 뇌물 사건을 병합해 매주 월·화요일에 증인신문을 하고 직권남용·강요 혐의는 매주 1∼2회 별도로 서류증거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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