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선거하기 힘든 여성 현실..유세 중 성희롱·성추행 특정인만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8 16:24

수정 2017.05.28 16:24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난 5일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딸 유담씨 길거리 유세 과정에서 불거진 성희롱 파문은 큰 충격을 줬다. 그러나 선거 유세 과정에서 이처럼 성희롱 또는 성추행으로 보이는 상황은 유씨만의 일이 아니라 선거운동원을 비롯해 선거에 출마한 여성 중진의원도 경험했다는 전언이다.

■사진 촬영시 과도한 스킨십 시도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일부 여성 선거운동원 및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유씨와 비슷한 상황을 겪어야 했다. 특히 선거운동원 가운데는 돈도 벌고 운동 효과가 크다는 입소문에 지원한 전업주부가 적지 않다.

이들은 유씨처럼 유권자들과 사진을 찍을 때면 불편한 장면이 연출되곤 했다고 한다.
일부 남성들이 함께 사진을 찍자며 어깨 위에 손을 얹으면서 여성 선거운동원 혹은 정치인의 몸을 강하게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거나 상의 속옷이 돌출된 부분을 쓰다듬었다는 것이다.

악수할 때도 여성의 손을 쓰다듬거나 손을 일부러 꽉 쥐어 상대방에게 위협감을 주는 등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또 한 여성 정치인이 노인정에 방문했을 때는 한 번 안아주고 가라는 요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대선캠프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여성 중진의원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며 "한 표라도 더 얻으려는 정치인이나 선거운동원 입장에서 남성 유권자들의 이런 행동을 강하게 뿌리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도 유씨 관련 사건이 발생한 뒤 트위터를 통해 "유씨 사건을 보면서 지난해 4.13 총선이 생각난다. 남성분들, 특히 과음한 분들의 과도한 스킨십 시도 등 예측 불가능한 행동이 정치 신인으로서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성별 권력관계 드러난 사례"
여성계는 유씨 관련 사건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별 권력관계가 선거 유세라는 상황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것일 뿐 특이한 사례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일상에서 언제 어디서든 나이를 불문하고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회 풍토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영순 공동대표는 "유씨 사례는 한국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인식 수준이 드러난 사건으로, 유씨가 예쁘다고 유승민 후보에게 '국민장인'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등 언론이 이를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며 "선거 유세 과정에서 후보자는 약자의 위치이다 보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어 성희롱·성추행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 평소 여성에 대한 왜곡된 성별 고정관념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유씨 사례는 특이한 일이라기보다는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 선거 유세 때 나타난 것"이라며 "평소에도 악수하다 보면 만지작거리는 등 불쾌감을 주는 사람이 간혹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민우회 관계자는 "남성과 여성의 성별 권력관계에서 이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여성 후보나 여성운동원 뿐만 아니라 남성 후보가 취재하는 기자에게 성희롱을 하는 사례도 있지 않았나"며 "일상 속 성폭력에 대한 인지와 교육, 발생시 문제제기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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