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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모라벡의 역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8 16:46

수정 2017.05.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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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도도한 대세임을 실감했다. 지난주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을 제압했을 때다.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는 "이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신소재도 개발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알파고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그의 자랑이 허풍으로 들리지 않았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이 유토피아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외려 AI를 장착한 로봇으로 인해 인간이 대부분의 일자리를 잃게 되는 악몽의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지 않나. 오죽하면 한 네티즌이 커제가 맥없이 무너지자 이렇게 토로했겠나. "AI가 인류를 멸망시키는 영화 터미네이터가 생각난다"고 말이다.

그러나 AI의 놀라운 진화에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이유 또한 없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은 아직 무한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사람에게 쉬운 일은 로봇에게 어렵고, 로봇에게 쉬운 일은 사람에게 어렵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예컨대 복잡한 수학적 연산은 순식간에 해치우는 컴퓨터가 인간의 일상적 행위를 수행하는 데는 극히 서투르지 않나. 이른바 '모라벡의 역설'이다.

하긴 이세돌 9단과 커제를 연파해 신산(神算)을 과시한 알파고도 정작 바둑돌을 놓는 단순 동작은 수행하지 못했다. '알파고의 아버지' 격인 허사비스도 "인류는 수억년 동안 진화한 감각운동 능력이 있다"며 이를 탑재한 상태로 태어난 인간을 쫓아갈 수 없는 AI의 한계를 시인한 바 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도약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구본준 LG 부회장)는 언급은 지극히 당연하게 들린다. 지레 로봇이 일자리를 죄다 삼킬 것이라는 비관론에 젖어들 까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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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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