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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SNS 부메랑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8 17:26

수정 2017.06.08 17:26

최근 미국 하버드대가 페이스북을 통해 부적절한 메시지를 주고받은 입학 예정자 10여명의 합격을 취소했다. 비공개 그룹채팅을 통해 오간 노골적인 성적 대화와 인종차별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대학 교지인 '하버드크림슨'은 지난 5일 이들이 성폭행이나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이미지까지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명문대들은 고교 성적이나 수능 점수만 보고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스포츠나 예능 등 다양한 취미나 봉사활동 경력까지 살펴본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입학사정관들이 지원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용까지 들여다본 하버드대 사례는 놀랍다.
표현의 자유에 관대한 미국에서 말이다. 입학이 취소된 학생들로선 자신의 SNS 글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치명상을 입은 꼴이 아닌가.

하긴 SNS가 소통의 대세인 미국 사회에서 이로 인한 폐해도 만만찮았다. 여성 연예인들이 무명 시절 인스타그램에 올린 토플리스 사진이 재조명돼 곤욕을 겪는 일은 흔한 사례다. 농담으로 인종 문제를 언급한 트위터 글이 수없이 리트윗되면서 유명 국제구호기관의 한 여성 임원은 직장을 잃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얼마 전 시카고대에서 "10대 때 SNS가 있었다면 대통령이 못 됐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오죽하면 대선전에서 SNS를 적극 활용했던 그조차 그 위험성을 경고했겠나.

SNS의 부메랑 효과를 기술적으로 막으려는 시도도 있다. 올 상반기 미국에서 주가를 올린 비밀 메신저 스냅챗이 대표적 사례다. 받은 사람이 읽은 지 몇 초 후 메시지가 '증발'하는 SNS지만, 기술적으로 완전하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도 수신자가 마음만 먹으면 저장이 가능해지면서다.
결국 잘못 발신한 메시지로 인한 자책골을 막는 최선의 방책은 정직하고 신중한 자세뿐인 셈이다.

그래서 사이버 공간에서 언어폭력이 횡행하는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이번 하버드대 사례는 SNS나 휴대폰에 '가짜뉴스'나 저주와 비방의 '문자테러'를 아무렇지도 않게 올리는 이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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