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위험 자산 함께 움직여.. 통상 금.채권, 주식과 반비례.. 왜곡 현상에 우려 높아져
미국 금융시장에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통상 반대로 움직이는 금, 채권 가격과 주식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이상적인 조건들이 결합된 이른바 '골디락스' 상황으로 보이지만 급격한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가치 모두가 동반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시장의 취약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험자산 가격이 뛰면 안전자산인 금, 채권 등의 가격은 내리고, 위험자산인 주식 값이 하락하면 안전자산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가상화폐 비트코인까지 포함해 모든 금융상품이 한꺼번에 오르는 특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이달들어 두차례 최고치를 경신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올들어 30여차례에 걸쳐 신고점을 찍었다. 미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주가 상승을 이끈 효자였다.
반면 금, 채권 가격 역시 동반 상승했다. 영국 테러,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과 러시아 스캔들 등이 불안심리를 자극해 안전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은 올들어 최저치로 떨어졌고, 금 가격은 7개월만에 최고수준인 1294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광풍이 불어닥치고 있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올해 3배 뛰었다.
금융시장 여건은 매우 우호적이다. 골드만삭스 그룹의 금융여건지수 움직임을 보면 금융시장 여건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년만에 첫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전인 2015년 초와 비슷한 상태다. 시장에서 돈을 끌어다 쓰기가 그만큼 쉽다는 것을 뜻한다. 또 주식시장 변동성 예상은 1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베스텍 자산운용의 존 스타포드 펀드매니저는 "지금 시장에는 일종의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적절한 성장률, 완만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중앙은행의 매우 확장적인 통화정책이 결합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다른 한편으로 전문가들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금융시장이 지나친 '자기만족'에 빠져들고 있음을 시사하는 징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골디락스 심리와 시장이 불안해지면 중앙은행이 언제든 뛰어들어 구원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을 지나치게 들뜨게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낮은 채권 수익률, 약달러와 결합한 지속적인 자산가격 상승은 영원히 지속되지는 못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TCW 그룹의 이만 브리반루는 "시장이 왜곡됐다"면서 특히 주택.자동차.소매판매 등 미 경제 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지표들이 둔화되는 가운데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시장이 자기만족감에 취해 있음을 시사하는 징표라고 우려했다.
미 경제가 경기순환상 확장국면의 끝자락에 이르렀음을 시사하는 징후들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자동차 판매가 줄고,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실업률이 16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임금상승률은 매우 완만하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런 가운데 높은 밸류에이션이 시장을 잠재적인 충격에 취약해지도록 만들고, 연준이 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통화정책을 중립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당장 시장이 고꾸라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PGIM 고정수익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마이클 콜린스는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일본 성장률이 탄력을 받고 있고, 신흥시장 경제 역시 되살아나는 등 대외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서서히 우려로 기울고 있다. 핌코의 미 코어전략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스코트 매더는 "과거에 비해 긴장 강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오르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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