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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경제민주주의' 화두 제시… 일자리·노사정 대타협 강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1 17:48

수정 2017.06.11 22:17

문 대통령 '6·10 항쟁 30주년' 기념사 "민주주의가 밥"… 분배.소득불평등 개선 당부
"박종철.이한열 영원히 기억"… 감성언어로 호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세종대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30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세종대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30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우리의 새로운 도전은 경제에서의 민주주의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세종대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항쟁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한국 민주주의의 새 화두로 '경제민주주의'를 제시했다.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으로는 '일자리 창출'을 지목하고, 이를 위해 '연대와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경제민주주의는 '일자리 창출'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문에서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는 강렬한 언어를 구사했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분배와 소득불평등의 개선이며, 분배가 곧 민주주의란 '공식'을 제시함으로써 경제민주주의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지난 30년간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성숙 단계에 올라섰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내용으로서의 민주주의'인 경제민주화는 여전히 미숙하다고 보고, 여기에 새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사회적으로 통용돼온 '경제민주화' 대신 '경제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쓴 것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소득불평등, 일자리 문제, 국민의 삶의 질 개선 문제가 제도로의 민주주의 내지는 정치민주주의가 차지했던 비중과 위상만큼이나 중요한 과제이자 앞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연설문에서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민주주의는 형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불평등 개선의 실천적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지목하고, 왜 자신이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위기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근본원인이고, 일자리는 경제의 문제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경제민주화의 과제가 곧 '일자리 문제 해결'이라고 명확히 제시, 경제민주주의에 대한 불필요한 이념논쟁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민주주의를 이념과 철학의 관념의 세계에서 생활속, 국민이 체감하는 민주주의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세계관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경제민주주의의 또 다른 이름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통합'이란 키워드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어렵다"면서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 포용하는 민주주의로 가야 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시민사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은 앞서 5.18 기념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사, 현충일 추념사를 관통하는 핵심어이기도 하다.

■"박종철.이한열 영원히 기억"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문은 앞서 5차례 연설문과 마찬가지로 '감성의 언어'들로 채워졌다.

문 대통령은 "부산의 아들 박종철과 광주의 아들 이한열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영.호남의 민주화 열사 이름을 나란히 열거하고 "독재에 맞섰던 87년의 청년이 2017년의 아버지가 돼 광장을 지키고, 도시락을 건넸던 87년의 여고생이 2017년 두 아이의 엄마가 돼 촛불을 든 것처럼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연설문은 시인 출신 신동호 연설비서관이 초안을 작성하지만 최종 연설문은 문 대통령이 직접 수정,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문 대통령 본인이 1987년 당시 부산·경남지역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6·10 민주항쟁을 주도했으며, 이것이 서울 등 전국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6.10 민주항쟁 기념 메시지 역시 직접 작성·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노무현정부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 전북대 초빙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충일도, 5.18도 문 대통령의 진심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계기이자 또 (경험해 본) 대상이었으며 그동안 나라를 위해 몸바친 사람에 대한 대접을 제대로 하겠다는 마음이 담겨 국민에게 와닿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논리와 메시지 중심이었다면 (문 대통령은) 거기에 감성이 더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도 낮은 경호로 탈권위 행보를 이었다. 서울광장에서 기념식 참석 뒤 청와대로 복귀하던 중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의장시범을 보인 국방부 군악.의장대를 목격하자 차에서 내려 대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가 하면, 시민들로부터 사인 공세와 '셀카' 촬영 요청에게 미소로 응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위의식과는 거리가 먼 분이었지만, 최근 모습을 보면 저희도 종종 놀랄 때가 있다"며 "문 대통령의 파격적인 모습을 잘 살펴보면 상대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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