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음주운전을 했다고 진술하고 번복하는 게 말이 됩니까"(수사팀)
"객관적인 증거가 있나요?"(변론팀)
"블랙박스도 확보한 데다 목격자도 있습니다!"(수사팀)
13일 오후 3시30분께 수원지검 안양지청(김영종 지청장)에서 열린 제2회 고교생 모의수사 경진대회 본선 1회전. 'SCSI'팀(평택 신한고)과 '모의고사하루전'팀(오산 세마고)이 각각 수사팀과 변론팀을 맡아 피의자의 음주운전 혐의 등을 놓고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다. 실제 검찰 조사실에서 검사가 조사를 하고, 피의자 및 변호인이 변론에 나선 모습이 재현된 것이다.
■학생들 수사-변론 치열..청중들 이목 집중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앳된 모습이었지만 증거와 혐의 등을 논할 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반박했다. 진행 도중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거나 엉뚱한 행동을 했을 땐 청중의 웃음거리도 됐지만 개의치 않고 본연의 임무에 집중했다.
경기도 관내 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검사와 변호사가 돼 수사공방을 벌이는 이 대회는 안양검찰청 주최로 이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 동안 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도내 86개 고교 186개팀이 참가 신청해 서류심사를 통과한 8개팀 16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앞서 검사들은 각 팀마다 멘토가 돼 조언하고 전략을 짜줬다. 1회전 및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는 팀별로 각각 7분과 10분이 부여됐으며, 부여된 시간 내 자유롭게 묻고 답할 수 있다.
이날 김영종 안양지청장, 전형근 차장검사, 정진기 형사2부 부장검사, 김춘수 형사3부 부장검사 등 청내 인사와 장만복 법사랑 위원, 김길수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위원, 유기수 검찰시민위원, 이승천 형사조정위원 등 외부 인사 총 16명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쟁점도출능력, 논리력, 창의성 등을 종합해 평가했다.
평검사 10여명을 비롯한 청중 50여명은 학생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모습에 눈길을 떼지 못했다. 특히 준결승전에서 절도 혐의를 두고 치열한 수사공방을 벌였던 '네메시스'팀(용인 백현고등학교)과 '모이고사하루전'팀(오산 세마고)은 채점 결과 동점이 나와 마트에서 절도한 피의자에 대한 정황 증거를 놓고 다시 각을 세웠다. 결국 결승에 올라선 팀은 모의고사하루전팀. 아쉽게 탈락한 네메시스 팀원들은 대회장 밖에서 채점 결과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영종 지청장 "학생들, 대회 통해 법에 대한 이해 해야"
이날 대회의 우승은 남양주 판곡고등학교 2학년 김도연·김소정양(팀명 우리다온)이 차지했다. 김소정양은 "상대방이 강하게 공격해서 신경질이 났는데 그런 부분을 고쳐야 할 것 같다"며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도연양도 "학교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회도 준비해 힘들었다"며 "하지만 우승해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전체 심사평을 맡은 김 지청장은 "본선에 진출한 팀들이 준비를 잘해온 것 같다"면서도 "국어책 읽듯 수사와 변론을 하거나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지 않은 것은 아쉽다. 수사할 때는 상대방 눈을 봐야 거짓말하는 증표를 확인할 수 있다"고 애정어린 평을 내놨다. 실제로 수사실에서는 법률용어를 잘쓰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표현하는데 학생들이 너무 법률용어를 쓰는데 치중했다는 게 김 지청장의 평가다.
김 지청장은 또 "일반적으로 검사는 반드시 죄를 묻기 위한 사람으로 보는데, 실제로 검찰에선 많은 부분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고 있다"며 "억지로 피의자에게 죄를 주려는 생각보단 객관적 진실을 밝힌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이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법에 대한 이해를 했으면 한다"며 "훌륭한 일꾼들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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