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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의 눈] 직장인의 점심시간..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8 09:00

수정 2017.06.18 09:00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잠시나마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고, 편하게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배꼽시계는 어찌나 정확한지 시간이 되면 알아서 ‘꼬르르’ 소리를 내기도 한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각자의 취향에 따라 운동, 자기 계발, 휴식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에너지 충전도 한다.
또한, 자유롭게 즐기고 싶어 한다. 굳이 점심시간까지 상사나 동료들 눈치를 보면서 불편하게 보낼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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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절반, 점심시간 즐겁지 않아

지난해 7월 벼룩시장구인구직은 직장인 553명을 대상으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대화’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절반(51.2%)이 점심시간이 즐겁지 않다고 대답했다. 점심시간이 즐겁지 않는 이유는 ‘식사시간이 너무 짧고 허겁지겁 먹어야 해서’가 2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업무의 연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23.4%), 상사와 함께해 편히 식사할 수 없어서(20.6%), 무슨 메뉴를 먹어야 할지 고민하기 귀찮아서(16.7%) 등 순이었다.

직장인들 27.8%는 점심을 먹으며 업무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이 먹기 싫은 동료 유형도 남은 업무 이야기를 계속하는 스타일이 23.4%로 1위를 차지했다. 직장인들 대부분이 유일한 휴식시간인 점심시간까지 업무 이야기를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직장인들은 대부분 식사시간이 10~20분(42.6%)이었다. 이어 20~30분(39.7%), 10분 내외 12%로 대부분 30분 이내로 빨리 점심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혁의 눈] 직장인의 점심시간..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 “혼자 시간 보내는 게 여유롭고 마음 편해”

직장인 강보라(가명·31)씨는 점심시간에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먹는 일이 잦다. 한 끼에 최소 6천 원 이상 지출하는 밥값이 부담되고 혼자 먹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혼밥을 선택한 강씨는 식사 후에 혼자만의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서 회사 근처 공원으로 향한다.

강씨는 “동료들과 밥을 먹으면 밥과 커피는 필수 코스가 된다”며 “가끔은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데 억지로 마셔야 하는 경우도 생겨 불필요한 지출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밥을 천천히 먹는 편인데 동료들과 식사를 같이 하면 속도를 맞추기가 힘들어 괜히 눈치가 보인다”며 “결국 소화 불량으로 하루 종일 속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상사나 동료들이 점심 식사를 제안해도 약속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점심시간만큼은 회사 눈치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동료들이 불편해했지만 이제는 사생활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여서 마음껏 즐긴다.

그러나 강씨는 업무할 때는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고 잘 지낸다고 밝혔다. 같은 구성원으로서 회사 분위기에 해를 끼치고 싶지도 않고 업무와 점심시간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직장인 임동주(가명·31)씨는 점심시간마다 회사 근처 카페를 찾는다. 야근이 잦은 임씨는 평일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단골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끼니를 때우고 독서를 한다.

임씨는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가 어려워 점심시간을 활용하고 있다”며 “점심시간에는 업무를 잊고 쉬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 동료들과 밥을 먹으면 상사 욕이나 험담 밖에 하지 않는다”며 “그들도 무언가 할 말이 없어 공통된 주제를 찾으려고 형식적으로 대화를 하는 느낌이 든다”라고 밝혔다.

임씨에게 점심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임씨는 “회사에서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라며 “잠깐의 여유를 즐기며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점심시간이 1시간이어서 조금 아쉽다고 전했다.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박지영(가명·29)씨는 점심시간에 종종 회사 근처 수면 카페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 자고 나면 개운하고 업무 효율에도 훨씬 좋다고 밝혔다. 박씨가 이용하는 수면 카페는 아로마향을 피워 은은한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담요, 슬리퍼 차 한 잔까지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직원들이 깨워주기 때문에 마음 편히 푹 잘 수 있다.

박씨는 “회사 근처에 있는 극장이 점심시간에는 수면 카페로 변신하는 데 소파도 크고 푹신해서 숙면할 수 있다”며 “서비스를 생각하면 이용요금 1만 원도 부담되지 않는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씨는 과음 한 다음 날이면 간절하게 생각난다며 앞으로도 애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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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10명 중 7명, 점심시간 1시간 30분이 적당

2015년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직장인 1489명을 대상으로 ‘점심시간 인식’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68.8%가 점심시간은 1시간 30분이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이어 2시간 16.5%, 1시간 12.8%, 30분 1.6% 순이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점심시간을 1시간 30분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점심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70.9%는 ‘1시간’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1시간 미만 22.2%, 1시간 초과 6.6%였다. ‘점심시간에 식사 이외의 다른 활동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79.4%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식사 이외의 활동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응답자 34.6%는 식사 이외의 활동을 하고 있는 반면 65.4%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점심시간에 식사 이외의 활동을 하는 직장인들은 커피를 마시거나 게임을 하며 동료와 친목도모(49.1%)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가벼운 산책(36.3%), 잠자기(28.5%), 밀린 업무를 한다(12.2%) 등 순이었다.

점심시간에 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직장인들은 식사만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해서(71.8%)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눈치 보여서(26.1%), 원하는 활동을 접할 수 없는 환경에서 근무해서(21.0%), 점심시간이 유동적이어서(13.8%) 순이었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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