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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재벌개혁' 첫 칼날..부영 이중근회장 검찰 고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8 14:41

수정 2017.06.18 14:46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부영그룹의 총수가 계열사 자료를 10년 넘게 허위로 제출했다가 검찰에 고발당했다. 친척이 경영하는 계열사를 명단에서 고의로 빼거나 지분 소유자를 차명으로 신고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 이번 건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대기업재벌 총수에 대한 첫 검찰 고발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감몰아주기,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 분명히 드러나는 불법행위를 겨냥해 엄중조치를 경고한 공정위의 '재벌개혁'이 시작됐다는 신호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친척이 경영하는 회사를 계열사 명단에서 빼버리고 지분 현황을 실제 소유주가 아닌 차명으로 신고한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경쟁정책국 남동일 기업집단과장은 "이중근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며 "자신의 친족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7개 계열회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누락해 신고하고 미편입 기간이 최장 14년간 지속된 점, 동일인 본인 및 배우자가 직접 명의신탁한 주식을 차명소유로 기재해 명의신탁 기간 및 규모도 상당한 점, 과거 동일한 행위로 조치(2010년)를 받았지만 위반행위를 반복한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소속회사·친족·임원현황과 소속회사의 주주현황 등을 매년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지정해 규제한다. 부영 총수는 이 자료를 거짓으로 제출한 것이다. 친인척 기업들이 기업집단 명단에서 빠지게 되면 일감몰아주기 및 의무 공시 등 여러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부 예산의 중소기업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부영그룹은 총수가 있는 26개 대기업 재벌그룹 중에서 유일하게 상장사가 전혀 없다. 계열사 22곳 모두 비상장사다.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순위 12위인 부영은 최근 수년간 사세를 크게 키웠다.

남동일 과장은 "공정위에 내야하는 지정자료에서 계열사를 누락한 편법 행위는 14년여간 계속됐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상 벌금과 관련된 공소 시효가 5년이어서 공정위는 2013년 이후 행위에 한해 제재했다"고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14년여간 공정위에 제출한 지정자료에 자신의 친족이 경영하는 7개사를 소속회사 현황에 포함하지 않았다. 신고가 누락된 7개사는 흥덕기업, 대화알미늄, 신창씨앤에이에스, 명서건설, 현창인테리어, 라송산업, 세현이다. 모두 건설업과 관련된 업체들이다. 그간 이들 업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명단에서 제외돼 규제를 받지 않은 셈이다.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등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흥덕기업(시설경비)은 이 회장의 조카인 유상월씨가 80% 지분을 갖고 있는 소속회사다. 대화알미늄(알미늄창호공사)은 처제인 나남순씨가 45.6% 지분을 갖고 있다. 신창씨앤에이에스(단열공사)와 명서건설(철근콘크리트공사)은 인척 사촌인 윤영순씨와 조카인 이재성씨가 각각 5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소유주다. 현창인테리어(실내건축)는 조카사위 임익창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라송산업(부동산업)은 종질 이병균씨가 45%, 세현(전기공사)은 종질 이성종씨가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이 회장은 2013년 지정자료를 제출땐 6개 계열사의 주주를 실소유주가 아닌 차명 소유주를 기재했다. 실질적인 소유관계를 기준으로 신고토록 규정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차명 주주로 현황이 신고된 계열사는 ㈜부영, 광영토건, 남광건설산업, 부강주택관리, 신록개발, 부영엔터테인먼트이다.

부영엔터테인먼트는 이 회장의 부인 나모씨가 실소유한 지분을 5명의 차명주주가 갖고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 나머지 5개사는 이 회장의 지분을 약 50명의 차명주주가 보유한 것으로 기재했다.

남동일 과장은 "이 회장은 1983년 부영 설립 당시부터 본인의 금융거래가 정지됐다는 이유로 자신의 주식을 친척이나 계열사 임직원 등의 명의로 신탁해왔다"고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대규모 기업집단의 미편입 계열회사를 적발해 엄중히 제재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앞으로도 경제력 집중억제 시책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방침이다.


지난 4월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지정자료 허위제출에 대한 벌칙이 1억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됐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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