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100세 시대의 증권 재테크] 4차 산업혁명, 재테크 지도도 바꾼다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2 16:07

수정 2017.06.22 16:08

자본시장 거대한 변화.. 저성장.저금리시대 마땅한 투자처 못찾은 뭉칫돈 4차 산업혁명 테마에 관심
급성장하는 로보어드바이저.. 글로벌자산 2015년 기준 200억달러 시장 연평균 68%씩 성장
한국도 지난해부터 서비스 시작.. 2026년 46조원 시장으로 클 듯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본시장도 분주하다. 글로벌 선도기업이 내는 성과에 대한 관심은 이미 폭발적인 주가상승으로 반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한 수혜주 찾기가 한창이다. 특히 구글 '알파고'로 촉발된 AI에 대한 관심은 증권업계에서 '로보어드바이저'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신기술주에 투자하는 펀드상품도 주목받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는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기와 인간, 물리적 환경이 융합되며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라고 정의했다. 전문가들은 '융합'이라는 개념을 실현할 핵심기술로 네트워크에 주목한다. 사람과 사물, 공간이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빅데이터는 AI에 의해 항상 최적의 상태로 제어된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AI, 자율주행차, 3차원(3D)프린터, 증강현실(AR) 등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핵심산업으로 투자자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다.
[100세 시대의 증권 재테크] 4차 산업혁명, 재테크 지도도 바꾼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미 현실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산발적인 키워드만 있을 뿐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의 변화가 1947년 트랜지스터 발명과 함께 대두된 '디지털 혁명'의 연장선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자본시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현실이 됐다. 실제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 등 이른바 'FANG'으로 불리는 미국 신기술주 4인방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는다. 특히 페이스북은 상장 5년 만에 시가총액 8위(올해 1.4분기 기준)의 초대형기업으로 성장했다. 투자자들이 4차 산업혁명을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보고 행동에 나선 결과다.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맞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테마에 쏠렸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실재 여부보다는 그에 관한 이야기가 퍼지고 있고, 주가에 삽입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신기술업종 주목

국내 기업들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 강국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향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판단하에 주목 우선순위가 신기술 중심의 혁신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 경향과도 일치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기존 IT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대표 기업으로는 삼성전자.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스마트홈, 자율주행차, 5G 통신네트워크 등의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전 세계에 선보일 5G 통신네트워크는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신기술 중심의 산업 변화로 코스닥 내 IT주들도 투자자들이 다시 흥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판 4차 산업혁명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IoT, 5G 통신네트워크, 2차전지, AI, 바이오, 첨단소재 등 주요 관련 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기술개발 지속 등 다각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로보 어드바이저 급성장 예고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IT의 정점과 금융이론이 결합한 '로보어드바이저'도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AI 등을 활용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자동화된 금융자문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로보어드바이저가 관리하는 글로벌 자산은 2015년 기준 200억달러였다. 향후 연평균 68% 성장해 오는 2020년에는 4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초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관리하는 계좌 수는 200만개를 넘어섰다. 2012년 이후 연평균 20%를 넘는 성장세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시작, 금융위원회가 테스트베드를 실시한 바 있다.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금융사들은 실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펀드도 ‘글로벌.. 혁신기업’에 투자

혁신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상품도 잇따라 출시되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글로벌 4차 산업혁명 관련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글로벌그로스펀드',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픽테로보틱스 펀드',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 등이다.

4차 산업혁명에 관련된 글로벌 IT 대기업부터 로봇 관련 업체 등 광범위한 혁신기업에 투자한다. 이들 세 상품은 모두 연초 기준 15%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비교적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밖에 전자결제 등 소프트웨어 보안과 관련한 시큐리티 업종에 투자하는 펀드도 4차 산업혁명 수혜상품으로 분류된다.

■"승자 독식 해결하진 못할 것"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투자자들에게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발굴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승자독식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기업이 부상하는 사례는 빈발하겠지만 이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는 계기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빈익빈 부익부' 구도가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간 규모로 확장될 것이란 점이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이전에는 뒤처지더라도 노동과 자본의 집중을 통해 그 격차를 따라갈 수 있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지는 '빅데이터의 선순환 구조'로 전개돼, 이를 선점한 기업이나 국가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는 분명 기회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암시다.
파괴력을 가늠할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으로의 변화 앞에서 자본시장의 맞춤형 투자전략 수립도 분주해지고 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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