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티끌이라고 말하는 요즘 시대에 그거라도 모아 크게 한 방 터트리는 청년들이 많다. 어차피 열심히 저축을 해도 안정적인 삶을 꾸리기가 힘들기 때문에 미래보다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청년들도 있다. 가격이 저렴한 제품들만 찾아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월급쟁이로 집을 사는 건 희망 고문이 된 지 오래고, 부모의 도움 없이 결혼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 전쟁 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보다 더 못 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암울해지는 현실에 청년들의 소비 행태는 점점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 욜로족 vs 코스파족, 당신의 선택은?
요즘 젊은 층의 소비 행태는 크게 욜로족과 코스파족,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욜로족은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라는 뜻으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다. 가령, 여윳돈이 생기면 여행을 가거나 취미생활에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코스파족은 ‘Cost-Performance’를 일본식으로 발음 한 것으로 적은 비용으로 큰 편익을 얻는 것을 추구하는 소비다. 1+1 상품이나 일명 인간 사료라 불리는 대용량 포장 과자 등 가격 대비 가성비 좋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말한다.
욜로족과 코스파족은 완전히 다른 소비 행태다. 개인의 소득과 상황에 맞게 욜로족과 코스파족으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욜로족은 올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과소비라는 비판도 있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코스파족은 욜로족에 비해 경제적인 여유가 덜하지만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이들은 저축 보다 소비에 집중하고 스스로 행복감을 느낀다. 어떤 소비를 하든 개인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 인생은 한번뿐.. 편한 게 최고
강남에서 리서치 회사에 다니는 고기남(가명·35)씨는 해마다 해외여행을 간다. 고씨는 “한 번 갈 때마다 보통 3주간 다녀오는데 평균 300만 원을 쓴다”며 “보통 직장인들보다 여행 기간이 긴 이유는 회사에서 특별 휴가를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특성상 1년 중 6개월은 야근이 잦고 주말이 없어 보상을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씨는 경제적인 부담이 있어도 매년 해외여행을 가는 이유에 대해 “반복된 일상을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만끽하고 타국의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매력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미루다 보면 못 갈 수도 있고 나중에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체력이 될 때 많이 다니자는 생각이 강하다”라고 전했다.
고씨는 한 달 평균 쇼핑과 식비에 150만 원을 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월세도 60만 원으로 부담되지만 집에서 회사까지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기 때문에 만족한다. 편하게 최고라는 게 고씨의 생각이다.
기혼 여성인 양희진(가명·36)씨는 욜로족 중에서도 최상위 계층(?)에 속한다. 월 소득이 평균 1,000만 원 이상인 양씨는 취미생활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양씨는 “한 달 평균 쇼핑과 식비에 300만 원 정도 지출한다”며 “빚을 지면서까지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 삶의 가치를 위해 이 정도 투자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6개월에 한 번씩 해외여행도 즐긴다. 양씨는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우면 호기심이 생겨 삶의 활력에도 도움이 된다”며 “때로는 감동받는 경우도 있어 마음이 훈훈해질 때도 있다”고 전했다.
양씨는 노후가 걱정되지 않냐는 질문에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몸이 건강할 때 즐겨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다”며 “어차피 인생은 한번뿐”이라며 자신의 삶이 좋다고 밝혔다.
■ 일석이조의 기쁨, 만족도는 최고
직장인 한미영(가명·32)씨는 마트나 화장품 가게에서 1+1 상품을 즐겨 찾는다. 한씨는 “자취를 하는데 당장 필요하지 않는 물건도 세일을 하면 산다”며 “한 달 평균 10만 원 내외를 쓴다”고 밝혔다.
그녀는 가격 대비 가성비 좋은 제품을 자주 구입한다. 한씨는 “주변 자취인들과 나눠 쓰기 위해 구입할 때도 있다”며 “특히 생필품은 유통기한이 길기 때문에 사두면 오래 쓸 수 있어서 좋고 화장품도 친구들과 교환하고 선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한씨는 평소에 쓰는 제품은 무조건 사서 쌓아둔다.
한씨는 이런 상품들 소식은 어떻게 알까? 그녀는 “자주 쓰는 브랜드는 카톡 프렌즈 친구로 추가해두고 가입한 쇼핑몰에서 문자 메일이 자주 온다”고 밝혔다. 또한 “친구들끼리 정보 공유도 활발하고 가끔 매장이나 사이트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좋은 상품을 발견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씨는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도 세일하는 상품 위주로 골라서 산다. 정기 저축은 월 10만 원 내외로 하며, 혹시나 여윳돈이 남으면 비상금으로 빼놓는다.
직장인 박지애(가명·28)씨는 맛집을 탐방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취미생활에 한 달 평균 40만 원을 지출한다. 간간히 서울 근교로 당일치기 여행도 다닌다. 박씨는 “월평균 2번 정도 가까운 곳으로 떠난다”며 “부모님과 주말에 갈 때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라고 수줍어했다.
박씨가 해외여행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것은 “낯선 곳에 가서 힐링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며 “일상생활에서 겪던 스트레스와 피로도 자연스럽게 풀린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1+1 상품도 꾸준히 구입한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경제적 부담이 덜하면서 효과는 2배 이상 크기 때문이다. 한 달 평균 5~10만 원을 지출하며, 주변 친구들에게 정보를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득템(?) 할 때도 있다고 밝혔다.
미래가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서 현재를 중요시하는 청년들의 소비 행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욜로족이든 코스파족이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스스로 행복을 느끼고 그 안에서 위안을 받는다면 괜찮은 것 아닐까? 먹고사는 문제와 더불어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개개인의 선택일 뿐 강요할 사항이 아니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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