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구가 한국과의 A매치에서 한 차례도 이기지 못하면서 중국내에서 생긴 말이다. 중국 축구가 한국 축구를 두려워한다는 의미다. 그런 '공한증'이 골프에도 있다. 한국과 중국의 남여 프로골프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회에서 중국 선수의 우승이 한 차례도 없으면서 중국 골프 관계자들 사이에서 다소 자조적인 '쿵한정(공한증의 중국어 발음)'이 자연스레 나오고 있는 것이다.
먼저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한-중투어 KEB인비테이셔널을 개최한 바 있다. 이 미니 투어는 호혜평등의 원칙하에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일년에 두 차례 씩 총 여섯 차례 열렸다. 하지만 매 대회 우승은 모두 한국 선수 몫이었다. 이 대회는 올해부터 부활될 예정이었으나 사드 문제로 한-중간 민간 교류가 뜸해지면서 내년으로 연기된 상태다.
여자는 남자보다 더 심각한 역조현상이다.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주관한 여자프로 골프대회는 2006년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오픈을 시작으로 지난 3월 SGF67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까지 총 19개 대회가 열렸다. 그 중에는 현대자동차 중국 법인이 후원하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 중국여자오픈이 8차례, 금호타이어가 주최하는 금호타이어여자오픈이 네 차례가 있었다. 하지만 대회 결과는 한국 선수의 19전 전승이었다.
그런 중국이 '공한증'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 9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의 웨이하이포인트 골프장(파72·6126야드)에서 막을 내린 여자골프 한-중 공동 주최 20번째 대회인 금호타이어여자오픈(총상금 5억원)에서다. 그 선봉은 중국 여자골프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여자골프 세계랭킹 6위인 펑산산이 섰다. 펑산산은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국내 올 시즌 상금 순위 '톱20' 이내 선수들이 대거 불참한데다 대항마로 꼽혔던 장하나(25·비씨카드)마저 컷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펑산산은 2라운드까지 1타차 단독 선두에 오르며 그 가능성에 한 발 바짝 다가서는 듯 했다. 하지만 마지막날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1타를 잃고 또 다시 '공한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의 '무명' 박보미(23·하이원리조트)에게 역전 우승을 내주고 공동 4위(최종합계 4언더파 212타)로 대회를 마친 것. 박보미는 마지막날 2타를 줄여 이지후(23)과 함께 공동 선두(최종합계 6언더파 210타)로 정규 라운드를 마친 뒤 가진 연장 1차전에서 천금같은 버디를 잡아 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펑산산으로서는 2진이나 다름없는 한국 선수에게 치욕스런 일격을 당한 셈이어서 명예가 손상됐다.
박보미는 2012년 KLPGA에 입회한 이후 우승은 물론이고 '톱 10'조차 한 번도 든 적 없는 선수다. 올해는 7차례 컷을 통과했으나 상금순위 77위에 그쳐 내년 시드 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서 감격스런 생애 첫승을 거뒀다. 우승 상금 1억원을 보탠 박보미는 상금 순위 77위에서 19위(1억2737만7321원)로 올라섰다. 또한 2년간 시드를 보너스로 획득했다. 안송이(27·KB금융그룹)가 3타를 줄여 3위(최종합계 5언더파 211타)로 대회를 마쳤다. 안송이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생애 첫 승 기회를 무산시켰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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