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악인이다. 자신의 여인숙에 손님이 오면 쇠침대에 눕힌 뒤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나 머리를 자르고, 작으면 사지를 잡아 늘려 죽였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표현이 여기에서 유래했는데, 자신의 기준만 고집하며 타인을 억지로 이에 맞추고자 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공급 과잉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재화와 서비스가 '범람'하고 기술 발전의 속도는 한층 빨라져 특정 상품의 품질 차별성을 지속하는 것이 힘들어진 것이다. 매출 창출의 열쇠였던 '상품차별화'가 어려워지면서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비슷한 상품을 더 잘 팔 수 있을까? 판매상품은 비슷하지만 고객들은 다양하다는 점, '차별화'의 실마리는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고객의 다양한 니즈(요구)를 영업전략에 반영하는 것이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양방향 소통이 필수적인데, 고객의 상황과 취향을 검토해 그 요구사항을 적절히 반영하고 피드백을 모니터링 하는 과정을 지속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고객과 기업 사이에 대체 불가능한 '차별적' 관계가 형성되고 이러한 거래관계는 장기적으로 상생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일방적 '판매'에만 매몰돼 정작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등한시하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획일적 판매방식만 고수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쇠침대에 손님들을 눕히던 프로크루스테스의 모습과 닮아 있지는 않을까.
수출현장에서 고객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니즈 중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결제기간이다. 수입자별 외부환경, 내부 자금사정, 과거 결제성향에 따라 수출기업에 1개월에서 6개월까지 다양한 결제기간을 요구한다. 유연한 결제조건을 제시하며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할 터.
그러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수출 초보기업들은 자금여력과 관리인력이 충분치 못한 경우가 많다. 초보기업일수록 관행적 거래방식인 외상거래 자체를 기피하는 등 다소 보수적, 경직적인 영업전략을 고수할 수밖에 없어 매력적인 수출계약 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무역보험공사는 중소플러스보험제도를 도입해 수출 초보기업들이 유연한 결제기간을 토대로 수출증대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입신청서만 제출하면 1년간 발생하는 해외매출채권 손실을 최대 50만달러까지 보상한다. 초보기업들을 위해 간단한 심사과정만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갈대 같은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또 그들에게 공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응원을 보낸다. 무역보험을 디딤돌 삼아 가까운 미래에 '대체 불가능한' 수출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그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방경배 무역보험공사 대전세종충남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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