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집중투표제' 도입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재벌 견제를 위해 필요한 수단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해외투기자본들이 악용할 우려가 크다는 반대 여론도 타당하기 때문이다.
19일 청와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공정위 추진사업으로 '2018년까지 다중대표소송제ㆍ전자투표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포함돼 있다. 이는 현재 상장사들이 가장 반대하고 있는 쟁점 사안들이다.
■새총들고 싸우던 소액주주, 권총 얻나
가장 첨예하게 부분은 집중투표제다. 이 제도는 현재 허용돼 있지만, 기업들이 정관에서 배제 하고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집중투표제도란 2인 이상 이사 선임 시 1주 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집중투표제가 의무화 되면 소액주주들이 똘똘뭉쳐 자신들이 선임한 사외이사에게 '몰표'를 던져 이사회에 진입시킬수도 있다.
상장사협의회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해외투기 자본이 악용할수 있다는 이유다. 자신들이 보낸 사외이사를 알박기한 뒤, 경영권에 간섭하고 기업정보에 접근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시킬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재혁 상장협 정책홍보팀장(법학박사)은 "상장사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평균 39.87%인것을 감안하면 소액주주들이 뭉치더라도 이사회에 참여할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올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기업지배구조팩트북에 따르면 회원국중 집중투표제가 의무인 곳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 3개국 정도다. 미국은 주 별로 의무인 곳과 아닌곳으로 나눠져 있으며, 금지하고 있는 나라도 10여개국이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정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집중투표제는 기업의 경영진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써 도입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금지하고 있는 나라도 10여개국이나 된다는 것은 문제점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장단점이 뚜렷한 수단이기 때문에 급격한 도입보다는 단계적 시행이나 의무적용 범위를 최소화 하는 등 사회적 합의 기간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자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 온도차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에 나가지 않고, 온라인, 모바일로 의결권을 행사 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다중대표소송제나 집중투표제에 비해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기업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 대해 책임을 묻는 소송을 허용하는 제도다. 상장협 측의 의견은 각 법인들이 서로 다른 법인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허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모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 간 소제기의 평등권 침해 우려도 있다는 해석이다.
정재규 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 검토된 것은 재벌기업 소유주들이 적은 지분으로 자회사를 거느리면서 경영을 좌지우지 하는 한국적 지배구조의 특성 때문"이라며 "제도 도입의 당위성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비용문제, 낮은 승소확율 등으로 제도가 실효를 얻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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