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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北 대화제의 묵살 … 南 조급증 버리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1 17:17

수정 2017.07.21 17:17

정부는 21일 남북 군사당국회담 제의에 호응할 것을 북한에 거듭 촉구했다. 지난 17일 남측의 제안에 북측이 군사회담 당일까지도 공식 반응을 안 보이자 재차 대화 채널 복구를 바라는 '국방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남조선이 그 무슨 '관계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여론 기만행위"라고 못 박았다. 그래서 북한이 군사회담은 고사하고 8월 1일 적십자회담에 응할 가능성도 매우 엷어 보인다. 이런 사태가 북한의 대남 전술에 기인하고 있다면 남북대화에 지나친 조급증을 가져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애초 정부는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을 다룰 적십자회담은 몰라도 군사회담엔 나올 것으로 기대한 모양이다. 김정은 체제를 뒤흔드는 심리전 수단인 대북 확성기 철거나 가동중단 등 과실만이라도 따먹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수정 제안을 해올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남측의 '소망적 사고'임이 드러났다. 북측이 우리가 아니라 미국과의 평화협정 등 다른 큰 떡을 노리고 있다는 뜻이다. 얼마 전 일본 아사히신문은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로 미국과 담판을 지으라'는 긴급지령문을 해외 공관에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긴커녕 핵을 보유한 채 '핵군축' 협상으로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속셈일 것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인도적 차원에서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을 잇달아 승인했지만 외려 북한이 오불관언이다. 북핵 동결을 전제로 남북 간 대화를 시작한 뒤 관계개선을 통해 북한 비핵화의 출구를 찾겠다는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시작부터 꼬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마당에 대화에 매달리는 인상을 주면 북측이 몸값을 올리려고 해 실질적 남북관계 개선은 더 멀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화 창구는 열어놓되 북측이 회담장에 나오기만 망부석처럼 넋 놓고 기다릴 이유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물샐틈없는 국제 공조로 압박과 제재를 강화해 북한 정권이 제 발로 대화 테이블로 걸어나오게 해야 한다.
확고한 한.미 동맹의 기반 위에서 김정은 정권이 끝내 핵 폭주를 멈추지 않아 빚어질지도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도 항시 준비해 놓아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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