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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한국의 방패 vs. 일본의 창 역할 바꾼 韓日 야구대표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4 19:31

수정 2017.07.24 19:31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김경문의 창 일본 눌러
이번엔 선동열이 사령탑, 日 이나바 감독과 승부
한국 야구사에서 최고의 명승부를 꼽으라면 2008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한국과 일본은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 대회 결승을 포함해 숱한 명승부를 연출해왔다. 그 가운데도 올림픽 결승 티켓이 걸려있던 한.일간의 준결승전이야말로 최고의 백미가 아닐까.

야구에서 명승부란 역전드라마를 빼놓고 말하기 힘들다. 한국은 초반 0-2로 끌려갔다. 일본은 1회와 3회 착실하게 1점씩을 따냈다.
한국 타선은 침묵의 연속이었다. 특히 4번 타자 이승엽의 부진은 처참했다.

이승엽은 첫 타석 삼진, 둘째 타석 병살타, 셋째 타석서 삼진을 당했다.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 2-2로 맞이한 8회 말. 연장전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선두타자 이용규가 좌전안타로 출루했으나 3번 김현수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한국의 좌타 라인을 의식한 일본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8회부터 좌완 마무리 이와세를 마운드에 올렸다.

다시 4번 타자 이승엽 타순. 중계를 하던 일본 아나운서는 "이승엽의 상태가 좋지 않다"며 이와세의 우위를 점쳤다. 이승엽은 1-2의 불리한 볼카운트서 우중간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 홈런을 날렸다. 순식간에 4-2 역전.

호시노 일본 감독이 머리를 푹 숙였다. 한국 팀 벤치의 김경문 감독은 어땠을까. 역시 인생 한 방이다. 호시노 감독은 투수 출신. 인정사정 두지 않는 투수 교체로 유명하다. 타자 출신 김경문 감독은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다. 믿음이 그를 국민감독으로 만들었다.

한국과 일본 야구대표팀 새 사령탑이 결정됐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4일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에 선동열 전 국가대표 투수코치(54.사진)를 선임했다. 선동열 감독은 오는 11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2020 도쿄 올림픽에 이르기까지 3년 동안 한국야구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야구 국가대표 전임 감독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동열 감독은 현역 시절 '무등산 폭격기'로 명성을 날렸고, 삼성 라이온즈를 맡아 2005년과 2006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편 이날 일본도 이나바 아츠노리(44.전 니혼햄 파이터스)를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나바 감독은 전 일본 대표팀 타격코치다. 2008 베이징 올림픽서는 일본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한국과의 준결승서 5번 우익수로 기용됐다. 1회초 2사 1, 2루서 1루수 직선타로 물러나는 등 4타수 무안타. 이나바 감독은 현역시절 수위타자와 일본시리즈 MVP를 차지한 파이터다.

투수 출신 감독과 타자 출신 감독은 경기 계산법이 다르다. 투수 출신은 '몇 점으로 막을 수 있냐'로 계산한다. 타자 출신은 '몇 점을 낼 수 있냐'부터 따진다. 2020 도쿄 올림픽 한.일전은 베이징 올림픽과 정반대의 계산법이 부딪히게 됐다.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서 금메달을 오매불망하고 있다. 한국은 다 양보해도 한.일전만은 절대 양보 못한다.
선동열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4년간 활약했다. 일본 야구를 누구보다 잘 안다.
또 한 번의 명승부가 기대된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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