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리본' 때문에 법원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세월호 리본을 달고 있던 한 시민을 폭행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오전 공판이 끝날 때였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최순실씨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믿을 수 없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최씨가 재차 증언을 거부하자 오전 11시 48분 재판부는 오전 공판을 마감했다.
갑자기 법정 앞 보안검색대에서 시민들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50대 여성들은 백모씨(75)의 옷 가랑이를 붙잡고 흔들었다. 이들은 "빨갱이가 여길 어디라고 드나드냐" "문재인이 시켰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방청객이 이들을 말리러 가자 지지자들은 손톱으로 방청객의 팔목을 할퀴었다. 이 과정에서 백씨와 동료들은 얼굴과 머리를 5~6차례 맞았다. 한 지지자는 "이 중요한 자리에 어디라고 재판을 보러 오느냐"고 소리쳤다.
백씨는 휴대 전화에 노란색 세월호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는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 소속 회원이었다. 그는 기자와 만나 "삼성 때문에 집이 헐렸다"며 "도저히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 이 부회장 얼굴을 보고 요구하려고 법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백씨는 녹번역 인근에서 거주하던 주민이었다. 삼성물산이 녹번역 인근에서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며 거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았다는 게 백씨의 주장이다.
백씨 등 여러 방청객에 따르면 이 부회장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는 재판 중에 백씨의 '노란 리본'을 두고 "그만 좀 우려먹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재판이 오전에 휴정되자 일부 지지자들은 백씨를 따라와 "노란 리본을 떼라"며 "불경스럽다"고 쏘아붙였다. 결국 오전 공판이 끝나자 지지자들과 백씨 일행이 다투게 된 것이다.
백씨는 "평소에도 몸이 좋지 않았는데 아직도 심장이 떨린다"며 "세월호 사건은 나라의 재난이다. 이 리본으로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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