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원서 '세월호 리본' 시비로 벌어진 몸싸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6 15:46

수정 2017.07.26 16:25

26일 서울중앙지법 보안검색대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한 시민을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진혁 기자
26일 서울중앙지법 보안검색대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한 시민을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진혁 기자

'세월호 리본' 때문에 법원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세월호 리본을 달고 있던 한 시민을 폭행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오전 공판이 끝날 때였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최순실씨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믿을 수 없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최씨가 재차 증언을 거부하자 오전 11시 48분 재판부는 오전 공판을 마감했다.


갑자기 법정 앞 보안검색대에서 시민들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50대 여성들은 백모씨(75)의 옷 가랑이를 붙잡고 흔들었다. 이들은 "빨갱이가 여길 어디라고 드나드냐" "문재인이 시켰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방청객이 이들을 말리러 가자 지지자들은 손톱으로 방청객의 팔목을 할퀴었다. 이 과정에서 백씨와 동료들은 얼굴과 머리를 5~6차례 맞았다. 한 지지자는 "이 중요한 자리에 어디라고 재판을 보러 오느냐"고 소리쳤다.

백모씨가 휴대전화에 걸려있는 세월호 리본을 보이고 있다./사진=이진혁 기자
백모씨가 휴대전화에 걸려있는 세월호 리본을 보이고 있다./사진=이진혁 기자

백씨는 휴대 전화에 노란색 세월호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는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 소속 회원이었다. 그는 기자와 만나 "삼성 때문에 집이 헐렸다"며 "도저히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 이 부회장 얼굴을 보고 요구하려고 법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백씨는 녹번역 인근에서 거주하던 주민이었다. 삼성물산이 녹번역 인근에서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며 거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았다는 게 백씨의 주장이다.

백씨 등 여러 방청객에 따르면 이 부회장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는 재판 중에 백씨의 '노란 리본'을 두고 "그만 좀 우려먹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재판이 오전에 휴정되자 일부 지지자들은 백씨를 따라와 "노란 리본을 떼라"며 "불경스럽다"고 쏘아붙였다.
결국 오전 공판이 끝나자 지지자들과 백씨 일행이 다투게 된 것이다.

백씨는 "평소에도 몸이 좋지 않았는데 아직도 심장이 떨린다"며 "세월호 사건은 나라의 재난이다.
이 리본으로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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