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건 양국 최고엘리트들의 한판 승부
한국과 일본 재무부처 공무원들이 이달 27일 축구 한일전을 치른다. 친선경기라고는 하지만 양국의 최고 엘리트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간 경기인 만큼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빅 매치'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7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26일 기획재정부 축구동호회(회장 송인창 국제경제관리관)가 일본 재무성 축구동호회와의 축구경기를 위해 원정을 떠난다. 아직 정확한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본 오사카 등이 유력하다.
한국 기재부 축구동호회와 일본 재무성 축구동호회와의 축구경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개최되기 2년 전인 2000년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겸 축구동호회 회장이던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이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 축구동호회를 한국으로 불러 경기를 치른 이후 올해로 17회째를 맞았다.
현재까지 전적 15승4무11패로 한국 기재부가 우위다. 첫 시합에선 기재부 팀이 일본에 완승을 거뒀다. 첫 시합 전날 한국 공무원들이 권한 '폭탄주' 탓에 완패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일본 공무원들은 이후 원정경기에선 일절 술을 마시지 않는 게 불문율이 됐다. 대신 올해처럼 우리가 일본으로 원정을 갈 때엔 일본 재무성 대표 주당과의 술대결을 벌여야 한다.
특히 양국 재무부처의 친선경기는 지난 2006년 주요 8개국(G8)+6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양국 장관이 화제에 올리는 등 한일 공무원들의 대표적인 교류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기재부팀의 단장(감독)을 맡고 있는 유수영 기재부 과장은 "이 경기는 정치적 사안과는 별개로 양국 공무원 간 교류를 위해 쭉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경기 당일 총 3차례의 경기를 치른다. 2번의 경기는 주무관, 사무관으로 구성된 주전선수들끼리의 '진짜 싸움'이고, 나머지 경기는 과장급 이상의 고참들이 나서는 '번외 경기'다. 우리나라 공주시에서 열렸던 지난해 경기에선 '무승부'를 기록한 만큼 우리 팀은 올해엔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다.
이번 경기의 선수로 참가하는 기재부 한 과장급 인사는 "요즘 정부세종청사 스포츠센터 내 축구장에서 우리 팀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며 "물론 친선경기지만, 공무원들의 경기인 만큼 '국가의 자존심'이 걸렸다고 생각한다. 올해에는 반드시 승전보를 가지고 돌아오겠다는 각오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색됐던 한일 관계는 새정부 출범 이후 정상화되는 모습이다. 앞서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양자회담장에서 일본 아베 총리와 만나 약 40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에 따라 2015년 2월 전면 중단된 한일 통화스와프 계약을 다시 체결할 수 있을 지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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