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밤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진 직장인 A씨. 술자리는 일찍 끝났지만 평소보다 과음을 했다. 다음날 아침 운전을 할까 말까 잠시 고민 했지만 이내 운전대를 잡았다. 숙취도 없었고 잠도 충분히 자 완전히 술이 깼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로에 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음주 단속현장에 맞닥뜨렸다. '뭔 일이야 있겠냐'하면서 경찰의 지시에 따라 음주측정기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단속기준 0.05%에 미치지 않는 0.035%.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과음한 다음날은 절대 운전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숙취운전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숙취운전은 말 그대로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다음날 하는 운전을 말합니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3년째 감소했지만 되레 출근길 '숙취운전'은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출근시간대에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한 측면도 있겠지만, 잠을 자고 일어나서 술이 깼다고 생각하고 운전대를 잡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체감하는 취기와 혈중알코올농도엔 차이가 있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3일 오전 5∼7시, 2시간 동안 관내 59곳에서 숙취 운전 일제 단속에 나서 84명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면허정지 대상이 61명(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0.1% 미만), 면허취소 대상이 17명(0.1% 이상)이었습니다. 40대가 27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26명, 30대 19명, 20대 6명, 60대 5명, 70대 1명이었습니다.
출근길 음주단속이 야간 음주단속보다 시간당 적발건수에선 높았던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경찰이 서울시내 음주운전 취약지역 62곳에서 출근길 음주단속을 실시한 결과 한 시간 동안 50건이 넘는 음주 운전자를 적발했습니다. 비슷한 기간 2시간 동안 실시된 야간 음주단속 때 62건을 적발했는데, 시간당 적발건수에선 크게 늘어난 것이죠.
■ "소주 1병? 2시간만 푹 자면 깨지~!" 정말 깰까?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라면 한번쯤 해보는 술부심(?)이 있습니다. "맥주는 음료수","이 정돈 사우나 가서 한 두시간만 푹 자면 깨"라며 본인은 술에 강하다고 허세를 부리기도 합니다.
맥주 한잔을 마시면 혈중알코올농도는 몇 일까요? 지난 밤 마신 술은 몇 시간이 지나야 깰까요?(혈중알코올농도 0%)
이럴 때 간단히 계산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위드마크 공식입니다.
위드마크 공식은 스웨덴 생리학자 위드마크가 만든 것으로, 통상 시간당 알코올 분해도가 0.008%~0.030%라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술의 양, 도수, 체중 등을 고려하여 혈중 알코올 농도를 역추산하는 계산법입니다.
사고 이후 시간이 경과로 운전자가 술이 깨버렸거나 통상적인 음주측정이 불가능한 경우 쓰입니다. 이 공식으로 술이 깨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이죠.
위드마크 공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최고치 = [음주량(ml) X 알코올 도수(%) X 알코올비중(0.7894) X 체내 흡수율(0.7)] / [체중(kg) X 성별계수(남 0.68, 여 0.55) X 10]
알코올 분해시간 = 혈중알코올농도최고치 / 시간당 알코올 감소량(0.008%~0.030%) * 도로교통공단 참고
위드마크 공식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이 되려면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음료수라던 맥주는 2잔이면 혈중에 알코올이 차곡차곡 쌓여 음주 단속 기준 0.05%를 넘어섰고, 소주 2병을 마시면 19시간을 자야 몸속에서 알코올이 0%가 됐습니다.
보통 혈중알코올 농도는 최초 음주를 한 후 어느 시간까지 최고값에 도달한 후 서서서 감소하게 됩니다. 대게 음주 후 30분~90분 사이에 최고치에 이릅니다. 이 최고치는 개인의 특성, 섭취한 음식물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혈중 알코올농도가 정점에 이른 후 시간당 0.008%~0.03%씩, 평균적으론 0.015%씩 감소합니다. 쉽게 말해서 알코올 분해가 느린 사람은 시간당 0.008%, 빠른 사람은 0.03%까지 분해가 가능한 것이죠.
체중 70kg 성인 남성이 알코올 도수 19%의 소주 1병(360ml)을 마셨다고 가정해 계산해보았습니다. 알코올 분해가 느린 사람은 9시간 56분이 걸리는 반면 빠른 사람은 2시간 39분이 지나야 술에서 깨게 됩니다. 평균치(0.015%)로 계산했을 때 5시간 18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주 2병(720ml)이면 개인에 따라 5시간18분에서 19시간 51분까지 알코올 분해 차이를 보입니다.(70kg남성 기준) 즉, 전날 밤 늦게까지 과음을 했다면 다음날 아침 운전대를 잡는건 음주운전일 확률이 높습니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체중에 따라서도 술에 깨는 시간이 달라졌습니다. 체중 50kg 남성은 7시간 25분(360ml 기준), 100kg 남성은 3시간 22분(360ml 기준)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술에서 깨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소주 1병을 기준으로 70kg의 여성이 술 깨는 시간은 6시간 33분으로 같은 체중의 남성보다 1시간 15분이 더 소요 됩니다.
생맥주 1500cc(알코올 4.5%)를 마신 70kg 남성이 술이 깨는 데에는 5시간 13분, 60kg 여성은 7시간 32분이 걸립니다. 막걸리 1병(750ml, 6%)을 마신 70kg 남성은 3시간15분, 60kg 여성은 4시간41분이 걸립니다.
술 1잔 정도는 쉽게 분해 할 수 있을까요? 70kg 남성이 생맥주 500cc 1잔을 마시면 혈중알코올농도는 0.026%입니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평균 1시간 44분이 걸립니다.
소준 1잔(50ml)은 44분, 맥주 1잔(500ml) 104분, 막걸리 1잔(150ml) 42분이 걸립니다. 음주상승기(음주 후 30분~90분 사이)를 고려하면 최소 74분, 134분, 72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숙취 운전도 음주운전.. 16km/h 빠르고, 차선 이탈 4배
위드마크 공식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속도는 개인의 신체 특성과 컨디션, 술의 종류, 음주 빈도 등 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실제로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개그맨 A씨도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48로 추정했으나 법원은 위드마크 추정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영국 손해보험회사 RSA와 영국 브루넬 대학교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숙취 운전자들은 맑은 정신의 운전자들보다 약 16km/h 더 빠르게 달리고, 차선 이탈은 4배, 신호위반은 2배 더 높게 나왔습니다. 교통사고 발생위험률이 음주운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높게 측정된 것이죠.
위드마크 공식 참고로만 활용하시되 맹신하고 운전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 없길 당부합니다. 숙취운전도 음주운전임을 명심하고 술을 마신 다음날 숙취가 있다면 운전대를 잡는 일이 없어야하겠습니다.
yongyong@fnnews.com 용환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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