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책vs책] 인간의 기준으로 동물을 보려하지 마세요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9 17:30

수정 2017.08.09 17:30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프란스 드 발 / 세종서적
내 이름은 도도
선푸위 / 추수밭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만큼 우월할까 서로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찾는 것보다 동물의 생활방식 존중해야.. 인간의 이기심으로 사라졌고 현재도 사라지는 희귀동물들 역시 쌍방향 아닌 일방적 사고가 만들어낸 비극 아닐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시대, 우리는 동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동물을 비롯한 다른 생명체와 공존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우리는 곧잘 이를 잊어버린다.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세종서적), '내 이름은 도도'(추수밭) 등 두 권의 책은 우리가 동물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의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동물의 지적 세계에 대한 흥미로운 발견으로 가득하다. 수십년간 동물을 연구해온 저자는 동물의 지능과 감정에 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동물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할뿐 아니라 심지어 인간이 동물보다 더 우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만큼 충분히 똑똑한가"라고 되묻는 저자는 인간 중심의 사고가 동물을 이해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한다.

인간은 사자나 돌고래가 되어 본 적도 없고, 의사소통이 되지도 않으니 동물의 정신 수준을 입증하거나 그들의 세계를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다른 세계에 사는 동물의 마음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그들의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해야 함에도 말이다. 계산 능력이 필요 없는 다람쥐에게 열까지 숫자를 셀 수 있냐고 묻는 것은 불공정하다. 인간의 기준이 아닌 동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그들의 능력은 불가사의하고도 경의롭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는 침팬지의 경우 그들의 집단에서 풀줄기를 귀에 꽂는 행위가 유행하기도 하고, 정치 행위는 마치 인간 사회의 그것과 비슷하다.

자기인식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거울 테스트는 아주 오랫동안 인간과 대형 유인원만이 통과했는데 최근 돌고래와 코끼리, 까치까지 합격하면서 자의식을 가진 동물이 됐다. 거울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것은 자신을 인지하고 나를 다른 이들과 분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돌고래는 각자 이름이라고 부를 만한 고유한 휘파람 소리를 내며, 클라크잣까마귀는 거대한 면적의 땅 수백군데에 2만개 이상의 잣을 숨겨놓고 이를 대부분 회수한다.

저자는 개별적인 사례들을 다루며 동물에게서 인간과의 공통점과 차별점을 찾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각각의 종은 살아가기 위한 제 나름의 생활 방식이 있고, 이를 통해 특징적인 능력을 개발시킨다. 책 속에 담긴 '우리는 그들보다 무엇이 특별할까'라는 물음은 우리가 가진 동물에 대한 생각을 되씹게 만든다.

그런가하면 '내 이름은 도도'는 사라져간 동물들에 대한 슬픈 그림 동화다.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23종의 동물들이 들려주는 멸종의 사연이 담겼다.

대도시라면 떠올리게 하는 높은 마천루와 콘크리트 도로, 수많은 교각들. 첨단의 문명을 걷고 있는 이 도시가 세워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600년대 아프리카 동남부의 작은 섬 모리셔스. 그곳에서는 지금은 볼 수 없는 각종 희귀한 동물들이 숲속을 거닐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 중에서 날지 못해 뒤뚱거리며 돌아다니는 땅딸막한 새들, 도도새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인간의 무분별한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멸종했기 때문이다. 문명의 달콤함과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터를 잡은 곳마다 도도새를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자취를 감췄다. 이 책은 그들의 마지막 사연을 담은 그림 동화다. 아름답게 그려졌기에 그들의 사연은 더욱 처연하다. 파키스탄모래고양이는 조그맣고 귀여운 생김새 때문에 무분별한 포획으로 희생됐다.
아이아이원숭이는 괴상망측한 생김새 때문에 무참히 죽임을 당했고, 후이아는 꽁지 깃털이 영국 왕세자의 희귀한 장식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여행비둘기는 단지 개체수가 많다는 이유로 무자비한 사냥을 당하면서 점점 사라져갔다. 멸종의 길을 걸어간, 더 이상 지구상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동물들의 멸종사가 애달프다.
책을 읽다보면 인간의 이기심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깨닫게 된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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