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은 20일 경기도 양평 더스타휴 골프장(파71·6541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보그너 MBN여자오픈(총상금 5억원) 마지막날 3라운드에서 보기없이 이글 1개에 버디 4개를 잡아 6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05타를 기록한 최혜진은 박지영(21·CJ오쇼핑)의 추격을 2타 차이로 뿌리치고 정상에 우뚝 섰다. 지난 7월초에 열렸던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에 이어 KLPGA투어 시즌 2승째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대회서 한 시즌에 2승을 거둔 것은 1999년 당시 국가대표였던 임선욱에 이어 18년만이다. KLPGA투어 아마추어 최다승은 박세리(41)가 거둔 4승이다. 최혜진은 올 시즌 KLPGA투어에 4차례 출전해 우승 2회, E1채리티 공동 2위,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4위에 입상했다. 톱10 피니시율 100%다. 만약 4개 대회서 상금을 받았더라면 총 3억350만원으로 투어 시즌 상금 순위 8위에 해당된다. 최혜진은 만 18세가 되는 23일이 지나면 프로 전향을 선언한 뒤 오는 31일 개막하는 한화클래식에서 프로 데뷔전을 갖는다.
이날 대회는 폭우로 네 차례나 연기됐다가 예정 시간보다 4시간 늦은 12시30분에 전홀 샷건 방식으로 개시됐다. 최혜진은 1타차 공동 2위로 2라운드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는 마지막 대회이기 때문에 가급적 즐기도록 하겠다. 11번홀(파4)에서는 원온, 18번홀(파5)에서는 투온을 노려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1번홀(파5)에서 출발한 최혜진은 2번홀(파4)에서 첫 번째 버디를 잡으면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5번홀(파3)에서 두 번째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에 오른 최혜진은 이후 단 한 차례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7번(파3), 8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고공비행 하던 최혜진은 11번홀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전날 공언했던 대로 드라이버샷으로 한 번만에 볼을 핀 7.5m 지점에다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원퍼트로 마무리하면서 기어이 이글로 연결했다. 하지만 중반 이후 김소이(23·PNS창호)의 거센 반격을 받으며 선두 자리를 위협 받았다. 김소이는 14번홀(파3)에 이어 16번홀(파3)서 10m 이상의 먼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최혜진과 공동 선두에 합류했다. 그러나 김소이의 반격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김소이는 17번홀(파4)에서 통한의 트리플 보기를 범해 4년만에 찾아온 생애 첫 승 기회를 날려 버렸다.
최혜진은 "티잉그라운드를 앞쪽으로 당긴 덕택에 11번홀에서 이글을 잡은 것이 우승 원동력이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마지막 대회서 즐겁게 라운드하려고 했는데 우승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공격적 플레이를 선호하는데 프로로 전향해서도 '닥공' 플레이는 변함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로에 전향해서는 기록을 의식하기 보다는 열심히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며 "기억에 남는 신인이 돼 LPGA투어에 진출, 세계랭킹 1위와 최종 목표인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우승 상금 1억원은 아마추어에게는 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박지영에게 돌아 갔다. 박지영은 이날 3타를 줄여 단독 2위(최종합계 12언더파 207타)로 대회를 마쳤다. 김소이가 단독 3위(최종합계 11언더파 208타), 시즌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정은(21·토니모리)이 단독 4위(최종합계 10언더파 209타)로 대회를 마쳤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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