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YOLO)는 올해 최대 유행어다. '한 번뿐인 인생(You Only Live Once)' 후회 없이 즐기며 살자는 뜻이다. 한 설문조사에서 20~30대 응답자 절반 가까이가 스스로를 욜로족(族)으로 정의했다. 2017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요즘 정치권에도 욜로가 자주 등장한다. 야당이 문재인정부를 욜로 정부라고 비판하면서다. 수조~수십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것을 빗댄 말이다. 실제 비정규직 제로화를 시작으로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초연금 인상 등 굵직굵직한 정책이 줄을 잇는다. 이들 정책에만 어림잡아 100조원 가까운 세금이 들어간다. 100대 국정과제에 드는 178조원은 따로 계산해야 한다.
복지를 늘리고 안전한 에너지를 쓰자는 데 토를 달 국민은 없다. 문제는 큰 그림 없이 중구난방으로 정책이 발표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재원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5년간 31조원이 들어간다는 '문재인 케어'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쌓인 21조원의 건강보험 적립금을 활용한다지만 그 뒤 전망은 없다. 심지어 "2023년 이후 (건보 재정) 추계는 무의미하다"는 말까지 했다. 탈(脫)원전을 해도 2022년까지는 전력 수급이 무난하고, 전기료 인상도 없을 것이라는 발표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 임기 중에는 버틸 수 있으니 다음 정부는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재원 없는 복지의 결론은 뻔하다. 곳간이 거덜나 미래 세대가 엄청난 부담을 떠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일자리 추경 관련 국회연설에서 지금 젊은 세대가 아버지 세대보다 못사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율은 줄었는데 수명이 길어지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들 어깨에 더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대선 전후 이중적인 태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작년 12월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신규 국가채무를 국민총생산(GDP)의 0.35% 이하로 묶는 재정건전화법을 발의했다. 정부안보다 더 강력하다. 정부안대로라면 올해 130조원가량의 나랏빚을 늘릴 수 있지만 민주당 안으로는 6조원이 고작이다. 건전재정을 주장하다 정권을 잡으니 '산타클로스'로 둔갑한 꼴이다.
지난 3월 대한상의는 5당 대선후보에게 제언문을 전달했다. 당시 상의는 흙수저도 노력하면 성공하는 희망공식을 복원하기 위해 경제계도 변할 것이라며 반성문을 썼다. 그러면서 5년이 아닌 10년, 30년을 내다볼 수 있는 국가정책을 펴줄 것을 당부했다. 그래야 기업들도 그에 맞는 사업계획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어느 대통령보다 운이 좋다. 기저효과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은 오랫동안 바닥을 기었다. 국정농단의 반사이익으로 지지율은 70%대를 웃도는 고공행진이다. 하지만 까먹는 건 한순간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가 그랬다. 이제부터라도 지지율에 얽매이지 말고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5년 임기 정권이 천지창조하듯 나라살림을 하면 안된다. 개선하고 개량하는 것이 정권교체"라고 했다. 허투루 듣지 않았으면 한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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