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무분별하게 남용.. 판결 불복하며 판사도 소송
고소.고발 日의 60배 육박.. 해법없이 사법행정만 저해
#1. A씨(여)는 "B씨가 남편에게 내연관계를 알리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무혐의로 밝혀졌다. A씨는 1심에서 무고죄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고소.고발 日의 60배 육박.. 해법없이 사법행정만 저해
#2. C씨는 딸 부부가 이혼을 앞두고 있자 사위 D씨를 돈을 갚지 않는다며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허위로 고소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C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대한민국은 '고소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소.고발이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다. 남소(濫訴)는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의 공권력을 낭비하고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오지만 뾰족한 대책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법부를 상대로 한 악성민원인들의 소송도 줄지 않고 있다. 판결에 불복해 제기하는 상소(항소 및 상고)가 아닌, 사건 담당 판사를 상대로 한 역소송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단순한 사법불신을 넘어 사법행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고소.고발 일본의 60배…'무고' 사회적 문제 대두
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동안 일선 검찰청에 접수된 형사 고소.고발건은 평균 50만건 안팎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고소.고발 건수는 가까운 일본에 비해 대략 60배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절대 수치가 워낙 많다 보니 무고에 해당하는 허위고소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3년 4372건에 불과했던 무고죄 발생은 2014년 4859건, 2015년 5386건으로 2년 새 1000건 이상 늘면서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자리잡았다.
법조계에서도 소송부터 내고 보자는 식의 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지난 5월 대검찰청 확대간부회의에서 "무고는 사법질서를 교란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무고죄를 더 엄정하게 처벌해 사회적 폐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한중재인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기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 대법관은 '7000원짜리 교통신호 위반 사건도 상소를 거쳐 대법원으로 올라온다'고 토로하더라"며 "뻔히 지는 줄 알면서도 소송과 상소를 남발하는 이들이 사회갈등 구조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판결 앙심에 판사에 소송도
일선 판사들도 남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판결에 불복해 법관과 직원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은 10건이 계류 중이다. 판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매년 20여건이 제기되는데 판사별로 돌아가며 36건의 소송을 낸 민원인도 있다.
상소가 아닌 판결을 내린 재판장을 상대로 한 소송을 통해 판결에 대한 불복을 표출하는 셈으로, 법원에서 원고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전무하다.
판사 출신인 여운국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판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법원 앞에서 담당 판사의 인적사항이 담긴 피켓을 들고 망신을 주기도 한다"며 "업무 수행에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재판 결과는 법관이 사건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기는 증거를 채택하는 등 판사 의견에 기초한 과정이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볼 만한 여지가 없다"며 "위법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 제기는 무분별한 남소로 이어져 의미 없는 재판만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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