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면 서울에서 같이 모여 살자고 했는데 방 2개짜리 얻어서 같이 살기로 했었는데…."
31년 전 잃어버린 딸 이효정씨(당시 12세)를 찾고 있는 유모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유씨는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만 되면 눈물이 많이 난다. 명절 때 다른 집 딸들을 보면 가슴이 많이 아프다"고 전했다.
4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유씨는 1979년 이혼 후 홀로 연년생 아들과 딸을 키웠다.
충남 홍성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유씨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효정씨 오빠는 친정에, 효정씨는 서울 용산구 한남1동 언니 집에 각각 맡겼다. 효정씨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였다.
가족이 함께 살 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던 유씨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효정씨가 6학년에 진학한 1986년 4월 10일. 저녁식사 후 평소 자주 가던 인근 이슬람사원 앞 놀이터에 간다며 나간 효정씨가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 길로 서울로 올라온 유씨는 온 동네를 샅샅이 뒤지고 경찰에도 신고했으나 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함께 어울리던 사촌오빠도, 친구들도 모두 효정씨를 못 봤다고 했다.
이후 유씨는 딸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전단도 만들어 뿌리고 언론을 통해 광고도 했다. 방송을 보고 제보 전화도 수차례 받았지만 모두 효정씨가 아니었다. 유씨는 "효정이가 17살쯤 됐을 때 전화를 받고 술집까지 가서 딸을 찾으러 왔다고 한 적도 있다. 술집 여주인과 얘기를 나누던 중 마침 일하는 아가씨들이 들어왔는데 우리 딸은 아니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유씨는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고통과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우울증까지 겹치면서 연탄가스를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도 했다. 유씨는 "우리 효정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서울에 모여서 살기로 약속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처음부터 다 큰 애를 이모 집에 보낸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세월이 흘러 수십년이 지났지만 유씨는 여전히 딸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지내고 있다. 언젠가 딸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여전히 용산을 떠나지 못하고 작은 방을 하나 구해서 살고 있다. 유씨는 "그래도 언젠간 찾아오겠지란 생각을 하며 보낸 세월이 벌써 31년이다. 언젠간 효정이를 꼭 찾을 것만 같아서 여기를 못 떠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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