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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로힝야족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7 17:15

수정 2017.09.07 17:15

안다만해는 인도와 인도차이나 반도로 둘러싸인 벵골만의 미얀마 앞바다다. 미얀마의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난민들이 종교와 인종 박해를 피해 난민선을 타고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으로 향한다. 상당수가 거친 파도에 휩쓸리거나 굶주림을 못 이겨 중도에 사망한다. 운 좋게 인접국가에 도착해도 난민 수용을 거부당해 돌려보내지기 일쑤다.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대규모 인종청소가 자행됐다. 미얀마 정부군이 이슬람 반군세력의 하나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참혹한 살육전을 벌였다. 박격포와 기관총을 동원해 무장세력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해 400여명이 숨졌다. 로힝야족 무장세력이 경찰초소 30여곳을 습격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미얀마 정부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미얀마의 주류인 불교도 버마족과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사이에는 오랜 반목의 역사가 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주로 거주하는 수니파 무슬림계 소수민족이다. 19세기에 미얀마가 영국의 식민지로 편입된 이후 인접 방글라데시에서 대거 이주해왔다. 당시 영국은 이들을 들여와 미얀마를 식민지배하는 데 중간계층으로 활용했다. 이들의 뿌리가 7세기 라카인주에 정착한 아랍 상인들이라고 말하는 역사학자들도 있다.

로힝야족에는 '국적 없는 사람들'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이들'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1962년 네윈의 군부독재하에서 박해가 더욱 심해졌다. 무슬림 반군 토벌을 빌미로 무차별 살육전이 되풀이됐다. 미얀마 민주화도 이들에게는 희망을 주지 못했다. 2012년 불교도와 로힝야족 간에 유혈충돌이 발생했을 때 정부와 군은 불교도들의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방관했다. 로힝야족은 아이를 두명 이상 낳을 수 없으며, 불교도와의 결혼이 금지된다. 태국과 방글라데시 접경지역에는 난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들을 노리는 인신매매범들이 모여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1월 미얀마를 방문한다. 교황청은 이번 방문이 정부 초청이지만 로힝야족 문제를 거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지난 2월에도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탄압에 우려를 표명했다. 안다만해를 떠도는 로힝야족의 비극은 언제나 끝날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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