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미만, 가성비, 간편식, 욜로.... 올해 식품.유통분야 추석 선물 시장의 키워드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추석은 앞뒤로 휴일을 낀 데다 임시공휴일 지정 등으로 최장 10일이라는 풍성한 '휴가보너스'까지 받는 만큼 식품업계와 유통업계도 사상 초유의 특수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사회여건의 변화로 추석 선물 트렌드도 확 바뀌었다.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 후 처음 맞는 추석인 만큼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선물 상한선인 5만원 미만의 가성비 높은 실속형 선물세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동시에 1인가구 증가에 따른 혼밥족(혼술족)과 혼추족(혼자서 추석을 보내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간편식 제품과 소포장 선물세트가 인기다. 여기에 욜로 열풍으로 프리미엄 선물세트가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5만원 이하 실속형 인기
13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유통기업의 경우 선물세트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자체브랜드(PB) 상품, 가정간편식(HMR) 등으로 가성비를 앞세운 선물세트를 대폭 늘렸다. 이마트는 4만원대인 '499세트' 상품을 지난 설 명절 29개에서 이번 추석에는 53개까지 늘렸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민어 굴비' 물량도 확대했다. 김영란법으로 5만원대 이하 실속형 선물세트 비중도 크게 늘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추석 선물세트 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3일까지 5만원 이하 선물세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85.6%에 달한다. 지난해 추석 때의 비중(69.9%)에 비해 약 15%포인트나 늘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8일부터 진행한 추석 예약판매는 지난 7일까지 매출이 36.8%나 늘었다. 특히 지난해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 구매가 급증하면서 51%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추석 명절을 맞아 혼합선물세트를 늘리고 가성비 좋은 상품들을 선보인다. 올 추석에는 기존 과일과 건강상품군 외에 축산, 수산 등에도 적용해 총 20여개 품목을 새롭게 준비했다.
현대백화점은 5만원 이하 실속 선물세트 비중을 지난해보다 20% 늘렸다. 주요 상품으로는 쌍다리돼지불백세트 5만원(판매가 6만원), 현대멸치새우혼합세트 5만원(판매가 7만원), 상주곶감둥시세트 5만원(판매가 6만원), 명인명촌미본장 5만원(판매가 6만원) 등이다.
■1인가구 위한 간편식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처음으로 추석 선물세트로 가정간편식 '한우갈비찜'을 선보였다.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완전 조리된 한우갈비찜을 명절 선물세트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는 추석을 앞두고 한우갈비찜 외 30여종의 간편식 선물세트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세븐일레븐은 1인가구 증가로 간편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한 끼에 즐기기 적당한 양으로 구성된 소포장 선물세트를 판매한다. 먼저 간편식 선물세트로 바로 데워먹을 수 있는 곰탕과 머리고기 수육으로 구성된 '목우촌 한우한마리 곰탕세트'와 떡갈비 20팩이 담긴 '천하일미 떡갈비' 등을 준비했다.
■욜로족 위한 소형가전.취미생활용품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번뿐인 인생, 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욜로 열풍을 겨냥한 추석선물도 인기가 치솟으며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편의점 미니스톱은 욜로족을 위해 '소중한 나를 위한 선물'이란 주제로 취미상품 특별기획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캠핑을 즐기는 고객들을 위해 마린 그늘막 텐트, 더블 파스텔 캠핑 매트 등을 마련했다.
GS25는 프라다, 지방시, 페라가모, 에트로 등 명품 백과 지갑 등을 출시했다. 또 카페25 머신을 공급하는 유라사의 가정용명품 전자동커피머신 2종을 50대 한정으로 판매한다.
실용적인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1인가구 수요에 발맞춰 소형 가전제품도 인기다. 편의점 CU는 로우락의 디지털 LP 턴테이블, SKT 인공지능 디바이스 NUGU, 발광다이오드(LED) 취침등 등 식료품 위주의 기존 추석 선물세트와 차별화되는 디자인과 실용성을 강조한 프리미엄 소형 가전을 대폭 확대했다.
세븐일레븐은 라면이나 찌개, 찜 등 간단한 요리가 가능한 가이타이너 무선라면포트를 판매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 추석은 국내외 정세 및 경기불안과 함께 청탁금지법 등으로 5만원 미만 상품을 대폭 강화했다"며 "또 최근 가정 간편식과 소포장 등의 인기로 이색상품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