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부터 23일 아침까지 운영되는 심야책방에서는 어린이 독서 골든벨, 마론윈드 오케스트라의 세계문학을 원작으로 한 영화 OST 연주, 영화 '레미제라블' 상영, '언어의 온도'의 이기주 작가의 북토크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행사가 마무리된 자정 이후부터는 자유롭게 책을 읽으며 가을 밤을 만끽해도 된다.
교보문고의 '심야책방'은 창립자인 대산 신용호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행사다. 광화문 네거리 금싸라기 땅에 대한민국 최고의 서점을 세운 대산의 뜻과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사통발달 제일의 목에 청소년을 위한 멍석을 깔아줍시다. 와서 사람과 만나고, 책과 만나고, 지혜와 만나고, 희망과 만나게 합시다. 책을 읽은 청소년들이 작가나 대학교수, 사업가, 대통령이 되고 노벨상도 탄다면 그 이상 나라를 위하는 일이 어디 있으며, 얼마나 보람 있는 사업입니까". 1980년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지하에 서점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는 임직원들에게 대산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몸이 아파 학교에 다닐 수 없어 배움의 갈증을 책으로 달래야 했던 그가 1000일 독서를 통해 훗날 값진 성취를 이루어 낸 경험을 살려, 이 땅의 청소년들도 책을 통해 지혜를 얻고 참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꿈꾼 것.
대산의 이런 뜻은 직원들에게 실천을 당부했다는 다섯가지 지침에서도 드러난다. 그것은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들에게도 존댓말을 쓸 것' '한 곳에 오래 서서 책을 읽어도 그냥 둘 것' '책을 이것저것 보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 주지 말 것' '책을 노트에 베끼더라도 그냥 둘 것' '책을 훔쳐가더라도 망신 주지 말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 등이다.
광화문점의 명물인 4만8000년 전 카우리나무로 만든 100인의 테이블에 앉아 밤샘 독서을 즐기며 대산의 이런 뜻을 되새겨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하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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