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저성장으로 시름하는 우리 사회에서 관광산업은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인식된다.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 평균인 10%보다 현저히 낮은 5% 수준임을 고려할 때 앞으로 성장할 여지는 확실히 존재한다.
중요한 건 전략이다. 과연 현재와 같은 홍보와 관광지 개발 위주로 국내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면 성공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다. 정부의 노력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국내관광은 좀처럼 '뜰'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국인 여행자의 해외 선호는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원인은 가성비다. 내국인 여행자들은 예외 없이 국내관광을 기피하는 이유로 가격 대비 낮은 품질을 지적한다. 우리가 국내관광 활성화 전략에 대해 고심하는 중에 올 초 뉴욕에서 좋은 소식 하나가 도착했다. 뉴욕타임스가 부산을 2017년에 꼭 가봐야 할 52곳 중 하나로 추천한 것이다. 부산을 왜 추천했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바다와 해수욕장 때문일까. 아니다. 부산이 선정된 이유는, 도시 여행지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여행 트렌드가 자연과 역사에서 도시문화로 옮겨갔다. 2017년 뉴욕타임스 추천 장소 52곳 중 26곳이 도시, 12곳이 자연관광지 그리고 14곳이 지역 또는 국가였다. 색다른 체험과 공감을 위한 도시여행은 자연경관과 문화유산 위주로 여행하는 중장년층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미 보편적 여행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우리의 국내관광 활성화 전략은 간단하다. 도시여행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우리는 관광자원을 문화재, 자연경관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급속히 증가하는 도시여행자에게 중요한 관광자원은 편리한 대중교통, 걷기 좋은 거리, 특색 있는 가게와 익숙한 브랜드가 공존하는 상업시설이다.
지자체의 우선 과제는 자명하다. 도시여행자를 위해 대중교통망을 확충하고 걷고 싶은 거리와 마을을 조성하는 일이다. 천편일률적 개발에서 벗어난 지역 특색 강화도 중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사업을 통해 지역 테마여행을 지원한다. 전국에 10개 권역을 선정해 권역별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코스를 개발하고, 관광지 간 연계성과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부산-거제-통영-남해의 '남쪽빛 감성여행'을 포함해 광주-담양-나주-목포의 '남도 맛 기행', 대구-안동-영주-문경의 '선비 이야기 여행' 등이 테마여행 10선에서 담고 있는 테마여행 주제다.
테마여행은 글로벌 트렌드다. 뉴욕타임스가 2017년 추천 장소로 선정한 포틀랜드의 테마는 음식이다. 힙스터의 여행 성지가 된 포틀랜드의 맛있는 도넛뿐 아니라 라멘 체인, 파인스트리트 마켓을 소개한다.
부산에서도 뉴욕타임스는 테마여행을 추천했다. 이 신문은 짧은 소개문에서 부산 테마여행으로 영화와 디자인을 소개했다. 부산이 영화도시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부산 디자인 페스티벌, 부산 디자인 스폿 등 디자인 관련 시설과 행사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모든 지역 도시가 자연생태계, 역사문화, 레포츠관광으로 성공할 순 없다. 하지만 모든 도시가 도시여행으로는 성공할 수 있다. 우리 삶의 현장 그 자체가 우리 도시의 특색이며 관광자원이기 때문이다.
모종린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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