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내 장애학생 일정수 이상땐 특수학교 의무 설치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애고 교육환경 개선 계기되길"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애고 교육환경 개선 계기되길"
최근 한 주민토론회에서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학교설립을 눈물로 호소했다. 해당 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고, 지역이기주의라는 비판과 함께 특수학교설립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이 이어졌다.
장애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역 내 일정 수 이상의 특수교육 대상자가 있을 경우 특수학교를 1개 이상 설치하는 것을 의무로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특수교육 대상자가 차별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일각에선 집값과 학군에 민감한 일부지역의 경우 반발이 거세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장애학생들의 교육권 보장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관할구역 안에 특수교육대상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수 이상인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이 해당 시.군.구에 특수학교를 1개 이상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특수학교 설립 의무화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은 김 의원을 포함해 30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현재 특수학교는 특수교육대상자 수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교육부의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올해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8만9353명으로 지난 2007년 대비 2만3413명(35.5%)이 증가한 반면, 특수학교 수는 173개로 2007년 대비 29개(20%)만 늘어났다.
김 의원은 "이는 지역주민들이 해당지역에 특수학교가 설립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우려가 있어 설립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법안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 환경을 개선해 성숙한 사회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특수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성명이 이어지며 법안통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민병두.김영호.박정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의원 68명이 이름을 올린 '장애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특수학교가 설립돼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특수교육 대상자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인식개선 함께 이뤄져야
일각에서는 법안 통과가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짝 여론'에 그쳐 특수학교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수그러들 수 있기 때문에 인식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 이후까지 개교를 목표로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특수학교는 전국적으로 총 19개다. 이들 대다수는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도 반발이 거세 특수학교 개교가 늦춰지는 일이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집값과 학군에 민감한 서울지역은 그 실태가 더 심각하다는 전언이다.
이에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지역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국회 차원의 중장기적 법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을 늘려 장애인.특수학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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