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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4연임 성공] 70년만에 원내 입성 극우..정치지형 급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5 17:08

수정 2017.09.25 17:08

지난 2013년 창당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이번 독일 총선에서 극우정당으로는 약 70년만에 원내 진출에 성공하면서 독일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AfD는 특히 제 1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이 대패한 가운데 득표율 3위를 차지하며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정치세력으로 발돋움했다.

독일 연방 선거관리 위원회의 25일(이하 현지시간) 발표에 따르면 AfD는 12.6%의 득표율로 단숨에 제 3당 자리에 올랐다. AfD는 지난 2013년 9월 총선의 경우 4.7%의 지지율을 기록해 의원 선출을 위한 최저 득표율(5%)을 달성하지 못했으나 4년 만에 성공했다. AfD의 게오르크 파즈데르스키 베를린 당 대표는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독일 정치에서 지진과 같다"며 "7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자평했다.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책을 내세우며 의석을 차지한 정당은 1948년 구 서독 1대 연방의회 총선에서 독일보수·독일우익당이 5석을 확보한 이후 처음이다.

2013년에 탄생한 AfD는 창당 초기만 하더라도 지금과 사뭇 달랐다. 창당 원로였던 베른트 루케 AfD 전 당수는 유로화 및 그리스 구제금융 반대 등을 외치는 온건 보수파로 2013년 총선 실패 이후 극우세력과 거리를 두면서 대중 정당을 추구하려 했다. 그는 그러나 2015년 '독일의 여자 트럼프'로 불리는 프라우케 페트리 AfD 공동대표에게 밀려 당에서 쫓겨났다. 이후 AfD는 급격히 극우화 되면서 망명 난민 추방, 유럽연합(EU) 국경 봉쇄 같은 정책들을 내걸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인 도이체벨레는 과거 보수를 상징하던 기독민주당(CDU)가 점차 중도를 표방하면서 이에 반기를 든 극우세력과 반(反) 메르켈 진영이 AfD로 몰려갔다고 분석했다. AfD는 여기에 보수적인 구 동독지역의 지지를 받으며 기존의 극우정당을 흡수해 세를 불렸다. AfD의 아르민 파올 함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당 대표는 일간지 슈피겔을 통해 "우리가 CDU의 자연스러운 후계자"라며 보수의 구심점이 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DU를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좋은 정치를 통해 AfD 지지자들의 마음을 다시 얻겠다"며 AfD와 손잡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SPD를 비롯한 주요 야당들 역시 AfD와 협력 가능성을 부인한 상태다. 독일 기업단체인 독일산업연합(BDI)의
디터 켐프 대표는 "독일이 국가주의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며 메르켈 정부에 신속한 연정 협상으로 정국은 안정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독일 전역에서는 총선이 치러진 24일 AfD에 반대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한편 12년 연속 정권 창출에 실패한 SPD는 이번 총선에서 AfD의 약진을 막지 못하고 제 1야당의 입지까지 위태로워졌다.
SPD는 이번 선거에서 20.5%의 득표율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다. 다른 진보성향 정당인 좌파당과 녹색당은 각각 9.2%와 8.9%의 표를 얻어 지난번 총선과 비슷한 성적을 보였다.
친 기업성향의 자유민주당은 2013년 총선에서 의회 입성에 실패했으나 이번 총선에서 10.7%의 득표율을 기록해 CDU의 유력한 연정 파트너로 떠올랐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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