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화장품 사상최대 M&A
'AHC'의 카버코리아가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유니레버에 팔렸다. 매각가격은 3조원으로 국내 화장품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25일 화장품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도브' '바세린' 등으로 잘 알려진 유니레버가 토종 화장품 회사인 카버코리아를 3조원에 인수했다. 2010년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을 4667억원에 인수한 이후 국내 화장품 업계 최대 규모의 M&A 사례다.
카버코리아는 AHC, 닥터MJ, 비비토 등을 보유한 화장품 회사다. 특히 AHC가 내놓은 얼굴 전체에 바르는 아이크림은 홈쇼핑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대표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뛰어난 제품력으로 지난해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힘든 가운데에서도 429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카버코리아는 당초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상장이 여의치 않자 지난해 6월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와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지분 60%를 매각했다.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유니레버가 카버코리아를 인수한 것이다.
유니레버가 3조원이나 되는 거금을 투자해 카버코리아를 인수한 이유는 중국 시장 때문이다. 유니레버는 1986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30년 가까이 성장을 이어갔지만 지난해 3.4분기부터는 매출이 20% 급감했다.
앨런 조프 유니레버 퍼스널케어 사장은 "이번 카버코리아 인수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큰 스킨케어 시장인 북아시아에서 유니레버의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며 "인수 이후 기존 포트폴리오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AHC 등 고급 이미지의 스킨케어 브랜드를 보유한 카버코리아 인수로 유니레버는 중국에서 저가 생활용품회사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버코리아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모델로는 김혜수, 이보영 등 톱스타를 광고모델로 택했으며 특히 올 들어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연 수십억원에 이르는 모델료를 주고 할리우드 스타 앤 해서웨이를 기용하기도 했다.
유니레버코리아의 한국 사업도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레버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526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카버코리아는 매출이 2014년 499억원에 불과했지만 2015년 1565억원으로, 지난해엔 429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번 카버코리아 매각으로 K뷰티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사드보복으로 중국 시장에서 성장세는 주춤해졌지만 최근 한국 화장품은 동남아, 중동, 유럽, 미주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며 전 세계적으로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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