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지구로 한정된 무대를 우주로까지 확장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우주에서 주로 활동하는 악당 타노스가 지구를 공격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생길 수 있는 이질감을 희석시키는 데도 필요합니다. 지구를 찾은 ‘우주 영웅’을 통해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게 되니까요.
2014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영화관에서 봤을 때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처럼 각자의 정의로 지구를 구하는 슈퍼히어로들과 다르게 B급 영웅을 표방한 이들이 첫 만남에서 겪었던 갈등을 극복하고 ‘우주의 수호자’로 거듭나는 과정은 유쾌하기 그지없었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서는 팀을 창설할 때만큼의 신선함은 없었지만 흥행몰이를 하는 데 있어 욘두 우돈타의 역할이 지대했습니다. 욘두가 양아들인 피터 퀼(스타로드)에게 보여준 부성애가 부각되면서 그가 속한 ‘라바저스’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한 달 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의 메가폰을 잡았던 제임스 건 감독이 흥미로운 발언을 했습니다. 한 해외 영화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핀오프(파생작) 영화로 라바저스에 대한 이야기를 제작하고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라바저스는 MCU에서 범우주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범죄 집단입니다. 이를 테면 ‘우주 해적’이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는 욘두가 이 집단의 우두머리처럼 등장했지만 Vol.2에서는 라바저스 하위 집단의 수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진정한 리더는 스타카르(실베스터 스탤론)이었고요.
비록 범죄자들이기는 하지만 과거 어린 아이였던 피터 퀼을 우주로 데려온 것과 관련해 욘두를 맹비난, 제 집단으로부터 퇴출시킬 만큼 의를 중요시합니다. 다만 욘두가 “아들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았을 뿐 납치인 줄 몰랐다”고 항변하기는 합니다만.
실베스터 스탤론이라는 대배우를 MCU에 합류시켰는데 비중 적은 조연으로만 남기기에는 상당히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록키·람보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특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스페이스 오페라를 콘셉트로 삼은 만큼 라바저스로 우주를 넘나드는 활극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만약 라바저스의 단독영화가 나온다면 욘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스타카르가 비중 있는 조력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겠네요.
사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일원 모두 굴곡진 인생사를 가진 터라 누구를 주인공으로 하던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로켓과 그루트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과거 해외보도에 따르면 그루트를 연기한 배우 빈 디젤은 몇 차례 그루트의 스핀오프에 대해 거론한 바 있습니다.
빈 디젤은 지난 4월 “우리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후 그루트의 로켓의 영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제임스 건 역시 이에 호응해 “빈 디젤은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면서 ”이런 일이 어디에서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빈 디젤을 사랑한다“는 말로 스핀오프 영화화를 굳이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불법적인 개조실험으로 천재 너구리가 된 로켓이나 움직이는 인간형 나무 그루트 모두 개성 강한 캐릭터입니다. 둘 사이의 ‘케미’도 남다릅니다. 두 영화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콤비로 활동했고 Vol.2에서 로켓이 아기가 된 그루트를 돌보는 모습도 부여줍니다.
추측컨대 로켓과 그루트의 스핀오프 영화가 나온다면 두 캐릭터가 만나 동행하게 된 계기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캐릭터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면 그루트가 성인이었던 과거가 적절해보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서 베이비 그루트의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었지만 극을 이끌어나가는데 주도적인 역할은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욘두와 로켓은 심적으로 교류한 바 있습니다. 욘두가 로켓에게 “너는 나랑 똑같다”며 “사랑을 받으면 허무함을 느낀다”고 일갈하죠. 서로의 성향이 비슷함을 인정하는 장면입니다. 제임스 건이 언급한 것처럼 라바저스와 로켓·그루트의 스핀오프 작품이 나온다면 두 가지 색깔을 하나에 담아낼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