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BNK금융지주 김지완 회장 "지주사 분위기 쇄신 최우선… 동남아시장 공략 확대할 것"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7 17:53

수정 2017.09.27 17:53

취임 인터뷰 BNK금융지주 김지완號 닻 올랐다
돌아온 전설, 김지완 회장.. 자본시장서 15년동안 CEO.. BNK금융 수장으로 컴백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이 27일 부산 문현금융로 부산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이 27일 부산 문현금융로 부산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지완이 돌아왔다. 지난 2012년 하나금융투자 사장을 끝으로 업계를 떠난지 5년여 만이다. 자본시장에서 그는 '전설'로 통한다. 지난 1998년 부국증권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현대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의 사장을 연이어 역임하며 15년을 최고경영자(CEO)로 지냈다. 강인한 체력에서 나오는 열정, 수시로 현장을 찾아 소통하는 진심으로 높은 성과를 이끌어왔다.

이번에는 금융시장이다.
BNK금융지주는 27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김지완 회장의 선임을 의결했다. 그는 이제 오랜 경영 공백으로 어수선한 BNK금융그룹의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고, 지역금융의 한계를 뛰어넘어야하는 숙제를 풀어가야 한다. 5년만에 금융현장으로 돌아온 '노장'은 여유있는 웃음을 그대로 간직한 채, 열정과 총기만 더해져 있었다.

김 회장은 이날 파이낸셜뉴스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지주를 중심으로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높이는 효율성 있는 조직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하나대투증권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자산관리(WM)부문 부회장을 겸임하며 증권과 은행의 WM 비즈니스 유닛(BU)을 관장한 경험이 있다.

김 회장은 "우선 WM, 기업투자금(CBI), 디지털, 글로벌 부문을 중심으로 조직 효율성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계열사별로 편중 또는 분산된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하는 등 시너지를 극대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합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효율적인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원프로세스-투뱅크' 체제를 가져갈 계획이다. 롤모델로는 지역금융에서 출발하여 세계5위까지 성장한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을 꼽았다.

그는 "산탄테르 은행처럼 각 은행의 고유한 장점을 살리면서 '유연하고 통합된 조직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룹 차원의 경영체계나 시스템 통합으로 원프로세스를 만들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각기 지역적 특성,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투뱅크 체제로서 시너지를 극대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현대증권 사장으로 재직한 시절, 자기자본 규모를 2배로 키워냈다. 하나대투증권에서는 펀드판매 비중이 컸던 브로커리지 부문의 수익구조를 뜯어고쳐 성장의 발판도 마련했다. BNK금융은 지역은행 기준으로는 큰 규모지만, 시중은행으로 분류하기엔 애매한 딜레마를 극복해야 한다. 그는 외연 확장보다는 우선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NK그룹의 순이자마진(NIM)은 2.29%로 업계 상위권입니다. 그만큼 우리가 잘아는 지역에 로열티가 높은 고객층이 두텁다는 뜻이죠. 잘 아는 지역에서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려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재정립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가진 510개의 채널을 이용해 WM부문, CIB부문을 활성화하고, 비은행부문, 비이자 수익부문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디지털화 계획을 묻자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Banking is necessary, Banks are not)"이라는 빌 게이츠의 말을 언급했다. 은행이 이자수익만을 바라보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금융지주가 디지털금융서비스의 컨트롤타워로, 은행.증권.캐피탈.자산운용 등 각 계열사의 니즈에 맞게 차별화된 플랫폼을 개발하고, 서로간에 호환하고 공유할 수 있는 비대면.디지털 금융서비스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해외 시장은 BNK캐피탈이 가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그는 "먼저 캐피탈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이후 은행, 증권 등 다른 부문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함께 진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후 기존 진출국가를 교두보로 유사한 전략적 여건을 가진 동남아 주변 국가로 점차 진출을 확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낙하산 인사'라며 김 회장의 선임을 격렬히 반대했던 노조는 이날 투쟁을 접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노조와의 대화에서 진심이 통한 결과다.

김 회장은 노조와의 관계가 특히 좋았던 수장으로 꼽힌다. 부국증권이 모기업부도로 16개 계열사가 모두 부도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도 연봉삭감과 명예퇴직 없이 난국을 돌파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우리사주를 전직원에게 나눠주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떤 경우도 진정성있는 대화를 하면 모두 풀 수 있습니다. 제 경영철학은 '보이지 않는 자산'을 소중히 하자는 겁니다. 직원이 '보이지 않는 자산' 중이 가장 핵심 자산이죠. 이런 진심이 잘 전달됐다고 생각합니다."

김 회장은 1946년생으로 올해 일흔 한살이다. 고령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하자 여유있게 웃었다. 그는 현대증권과 하나대투증권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임원과 부서장을 이끌고 불암산-수락산-도봉산-북한산으로 이어지는 40km를 하루밤에 종주하는 등반행사를 매년 가졌다. 쉬는 동안에도 히말라야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를 등반했고, 최근에는 중국 황산의 1만2000개 계단을 뛰어 올랐다고 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죠. 서울에서는 불수도복을 했지만, 부산에서는 '금백종주'를 해보고 싶습니다. 금정산에서 시작해 백양산까지 가는 27.8km를 종주하는, 10시간 가량 걸리는 코스입니다.
물론 강요는 하지 않을 겁니다. 뭐든지 자발적으로 해야 즐겁고 행복하니까.(웃음)"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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