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행복하려면
맛있어도 소식, 즐거워도 절주.. 명절음식 한끼 2000㎉ 훌쩍 넘어
기름 적게 쓰고 볶는 대신 무쳐야.. 복통.소화불량땐 한끼 정도 금식
맛있어도 소식, 즐거워도 절주.. 명절음식 한끼 2000㎉ 훌쩍 넘어
기름 적게 쓰고 볶는 대신 무쳐야.. 복통.소화불량땐 한끼 정도 금식
이번 추석은 최장 열흘까지 쉴 수 있는 긴 연휴다. 이 때문에 친지들과 여유롭게 만나 즐기거나, 명절을 보내기 전이나 후에 가족들과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명절에 많은 음식을 먹으면서 움직이지 않고 지내다 보면 건강을 해치기 쉽다.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김병욱 교수는 28일 "추석에는 전, 고기, 튀김 같은 기름진 음식을 평소보다 과다 섭취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앉아서 TV를 시청하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기능성 소화불량증, 과민성 장증후군이 있는 경우 증상이 심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 발생
명절이면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또는 육체적 증상을 겪는 '명절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다. 이 증상이 소화가 안되는 증상으로 나타나기 쉽다.
소화기 특화병원 비에비스 나무병원이 지난 8월 한달간 20~60대 성인남녀 3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7%가 '명절증후군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35%가 소화불량, 복통, 설사, 변비 등의 소화기 증상을 겪었다. 근육통 및 관절통(25%), 우울, 짜증, 무기력 등 심리적 증상(22%), 두통(11%), 기타증상(6%)이 뒤를 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명절에 소화기 증상을 겪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스트레스' 때문이다.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위는 자율신경의 영향을 받는다. 이 자율신경은 감정이나 정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즉, 불안이나 스트레스 같은 자극이 자율신경계를 자극하면 위의 운동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 소화불량 및 복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명절 때 변비나 설사를 겪는 사람도 많다. 이 또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흥분해 순간적으로 많은 혈액을 근육에 공급하고 상대적으로 소화기관에는 평소보다 적은 양의 혈액만 있게 된다. 이 경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화기관의 운동이 느려져 소화불량이나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호르몬이 나와 위액이 과다하게 분비되기도 한다. 과다 분비된 위액이 십이지장에서 미처 중화되지 못한 채로 소장으로 오게 되면 소장 및 대장의 음식물을 빨리 내려보내 설사를 하게 된다.
■기름진 음식, 조리법 바꿔야
명절음식은 전, 고기 등 기름진 음식이 많다. 기름진 음식의 콜레스테롤은 혈액순환을 방해해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맵고 짠 음식은 위장에 자극을 줘 소화력을 떨어뜨린다.
기름의 주성분인 지방은 탄수화물, 단백질이 모두 소화된 후 가장 마지막에 소화된다. 하지만 위에는 지방을 소화하는 효소가 없어 기름진 음식을 소화하지 못한다. 또 기름진 음식은 위에서 소장으로 음식물이 내려가는 시간이 느리기 때문에 속이 더부룩해진다. 이는 소화불량으로 이어지게 된다.
평소보다 많은 식사량이 소화불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음식은 위에서 침과 함께 분해되고 섞인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위에서 작은 크기로 부서지지 않아 소화가 어려워진다. 명절음식 한 끼의 평균열량 은 2000㎉가 넘기 때문에 소화불량으로 이어지기가 쉽다.
명절에 친척들이 모여 즐기는 술과 안주 역시 소화불량 및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늦은 밤에는 신진대사 능력이 낮보다 현저히 떨어져 위산이 적게 분비돼 소화불량이 발생하기 쉽다. 또 술을 많이 마시면 소장과 대장이 음식을 내려보내는 '연동운동'이 방해를 받게 된다. 따라서 기름을 줄이는 조리법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홍성수 병원장은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의 소화능력을 떨어뜨려 소화불량이 발생하기 쉽다"며 "조리 시부터 기름을 적게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물 등은 볶는 대신 무치는 조리법으로 바꾸고, 튀김의 경우 최대한 튀김옷을 얇게 입혀 기름의 흡수를 줄이도록 한다.
만약 너무 많은 음식이나 술을 마시고 복통이나 설사, 소화불량 등의 위장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는 일단 한끼 정도 굶는 것이 좋다. 대신 따뜻한 보리차나 꿀물 등으로 탈수나 위장의 통증을 달랜 뒤 속이 괜찮아지면 죽, 미음 같은 부드러운 음식부터 다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추석에는 대량으로 음식을 조리해 두고 먹기 때문에 식중독도 조심해야 한다. 식중독의 가장 흔한 증상은 구토, 설사, 복통이다. 음식을 먹은 후 빠르면 1시간, 늦어도 72시간 안에 증상이 나타난다. 같은 음식을 먹은 2명 이상이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보이면 일단 식중독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도록 한다. 특히 설사가 날 때 자가진단으로 지사제(설사약)를 먹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지사제를 함부로 복용하면 장내의 식중독균 및 독소를 배출하지 못하게 돼 질병 이환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식중독에 걸렸다면 설사로 인한 탈수를 막아야 한다. 생수나 보리차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또 전해질 보충을 위해 이온음료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당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는 이온 음료는 피하도록 한다.
■만성질환자, 음식 조심해야
최근 늘어나고 있는 심장질환, 당뇨병, 신장질환자들은 명절기간에 음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떡이나 송편 등 각종 명절음식은 생각보다 고열량, 고콜레스테롤이다. 따라서 단맛이 나는 식혜 등의 음식과 밥, 떡 등 탄수화물 음식 및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기류 등의 음식물 섭취 시 적당량을 먹도록 신경 써야 한다.
과식, 과음으로 인한 설사, 구토, 복통 등도 만성질환자에게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평소의 생활습관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식사를 할 때는 가족이 대화를 나누면서 골고루 천천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을 먹을 때는 기름진 음식보다 다양한 나물이나 야채를 더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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