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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떠나는 낭독 여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2 19:27

수정 2017.10.02 19:27


당신은 한 달에 책을 몇 권이나 읽는가.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스마트폰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거나, 글자만 보면 금세 잠이 쏟아진다거나, 독서를 멀리 하는 사람들의 ‘변명’은 다양하다. 서점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간이 쏟아지지만 책 읽는 것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것보다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독서율은 65.3%로 나타났다. 성인 세 명 중 한 명은 1년에 책을 한권도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아닌가. 굳이 책장을 펼치지 않아도 좋다.
가을이라 더욱 듣기 좋은 ‘낭독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가을에 떠나는 낭독 여행


■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요즘 가장 핫한 소설가 김영하가 운영하는 팟캐스트다. 책 한권을 정해 일부분을 읽어주는 형식으로 길이는 한 시간 정도다. 2010년 1월 29일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시작으로 안톤 체호프의 ‘입맞춤’까지 67개의 에피소드가 올라온 상태다. 장 그르니에의 에세이 ‘섬’, 커트 보네거의 소설 ‘나라 없는 사람’, 버트런드 러셀의 사회평론 ‘게으름에 대한 찬양’ 등 독서 입문자에게는 다소 어려운 작품들이 많다. 하지만 작가 소개와 함께 개인적인 해설을 덧붙여 주기 때문에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영하 특유의 낮은 목소리도 낭독에 빠져드는데 한 몫 한다. 팟캐스트(http://www.podbbang.com/ch/1749) 외에 유튜브에서도 쉽게 찾아 들을 수 있다.

■ EBS FM 심야 책방
EBS 라디오 채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월~토요일 밤 12시부터 2시)이다. 아나운서 맹경순의 진행으로 낭독 중간 음악과 사연도 함께 소개하는 방식이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김진명의 ‘천년의 금서’, 발레리 라르보의 ‘페르미나 마르케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등 국내외 다양한 소설을 다룬다. 전문 성우뿐만 아니라 이민우, 장광 등 목소리가 친숙한 배우들이 낭독에 참여해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권을 전부 읽어주지 않지만 긴 작품의 경우 며칠에 나눠 들려주기 때문에 줄거리 파악에 무리가 없다. 지나간 낭독을 다시 듣고 싶으면 EBS 앱 ‘반디’에서 다시 듣기를 찾아가면 된다.

■ MBC 굿모닝 FM 세계 문학전집
방송인 노홍철이 진행하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토요일 오전 7~8시 진행하는 코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같은 고전부터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같은 동화까지 폭넓은 장르를 낭독한다. 앞서 소개한 프로그램보다는 대중적인 작품이 많다. 책방 사장님이기도 한 노홍철이 기대 이상으로 진지하게 낭독을 이끌어 간다. 이 프로그램 역시 한권을 전부 읽어주지는 않는 대신 줄거리를 곁들여준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처럼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은 이런 낭독 프로그램을 듣고 종이책으로 넘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말 아침 방송이기 때문에 생방송 청취가 힘든 게 단점이다. 그럴 땐 다시듣기 코너를 활용해 보자. 다만, 지상파 파업으로 현재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오가는 출근길 또는 이번 추석 고향에 다녀가는 길, 낭독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금세 잠이 들든가, 아니면 ‘그 책’을 찾아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leciel98@fnnews.com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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