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라스베이거스 참사] 참혹하고 잔인했던 범죄의 재구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4 16:03

수정 2017.10.04 16:42

지난 1일(현지시간) 최소 59명을 사망케한 라스베이거스 총격사건은 세계를 경악과 의문에 빠지게 만들었다. 현지 경찰은 범죄자인 스티븐 패덕(64, 사망)의 범행 과정은 자세히 알게 됐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패덕이 여러곳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경제적으로 넉넉했다는 동생의 증언이다. 수사 당국은 패덕의 범행동기를 풀어줄 열쇠로 동거녀인 아시아계 마리루 댄리(62)를 주목하고 있다. 마리루 댄리는 사건 당일 필리핀에 체류했으나 지난 2일 로스엔젤레스(LA)공항에 도착해 미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죄의 재구성
△9월 28일
스티븐 패덕(64), 만달레이 배이 리조트 앤 카지노에 체크인. 패덕은 32층에서 야외콘서트홀이 잘 보이는 조망 좋은 방을 잡았으며, 수사진에 의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10개가 넘는 슈트케이스를 가져왔다. 최소 23개의 총기를 들여왔고 구경은 반자동 소총으로 .223과 .308 등으로 주로 원거리 사격이 가능한 종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1일 오후 10시 8분
‘루트 91 하베스트 페스티벌’에서 컨트리 가수 제이슨 앨딘이 2만2000여명 앞에서 공연. 호텔쪽에서 사격소리가 들리고 경찰이 “누군가 총을 쏘고 있다. 자동 소총인것 같다”고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수초가 지나자 다른 경찰들도 사격소리를 확인, 경찰이 “만달레이 베이 윗층쪽”이라고 소리침. 다른 경찰관은 “축제장소(fairgrounds) 지상에서 누군가 계속 사격하고 있다”고 외침.

△오후 10시 12분
정확한 위치 파악을 못해 경찰들간에도 혼란 발생. 경찰들은 축제장 인근에 만델레이 베이 호텔, 룩소르 호텔, 지상 등 3곳을 주요 발사장소로 꼽았으라 가장 소리가 유력한 만델레이 베이 호텔로 인원을 급파. “윗쪽에서 나는 소리인것 같다” “만델레이 베이 호텔과 대로변에 타격팀을 보내겠다. 나와 함께 5명이 한조가 돼야 한다”는 말들이 오감.

△오후 10시 14분
총소리 계속 들려옴. 경찰은 만델레이 베이 호텔 31층까지 진입. “한층 위인것 같다!우리가 바로 아래에 있다!”며 경찰들 신호 주고 받음. 타격팀장, “범인은 완전자동소총을 가지고 있다. 윗쪽에 있으니 은폐상태에서 대처하라”고 지시.

△오후 10시 15분
경찰, 패덕이 있는 방에 진입 시도했으나 저항사격받음.

△오후 10시 16분
지상에서 계속 피해자 발생중. 지상 경찰측은 “40~50명을 벽이 밀어붙여놓고 있다. 머리위로 총알이 날아오고 있다. 막지 않으면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것”이라고 교신.

△오후 10시 19분
추가 병력 투입한 경찰, “서쪽 윙을 통해서 스위트룸 진입해 용의자와 맞닥뜨리겠다”고 교신
△오후 10시 21분 사건 발생 13분 후. 지상 경찰측은 총소리가 멈춘것으로 인지.

△오후 10시 24분
패덕, 문밖 복도로 사격해 경찰 다리에 총상. 이후 경찰 진입 직전 패덕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됨
△오후 11시 58분
경찰, 용의자가 사망 확인. 23정의 총기 발견. 경찰 진입 직전 자살한것으로 추후 보고.

△10월 2일
패덕의 여자친구 매리루 댄리. 필리핀에서 LA공항에 내려 FBI와 접촉. 현재까지 경찰은 패덕의 단독범행으로 확인.

△10월 3일
수사당국은 네바다주 메스키트의 그의 집에서 수십여개의 총기, 사격과 폭발 연습에 쓰이는 태너라이트 폭약(Tannerite explosive) 발견. 그가 보유하고 사용한 총기는 사건에 쓰인 총기를 포함해 총 47정으로 파악됐다. 패덕은 네바다주, 유타주, 캘리포니아주, 텍사스주 등 4곳에서 총기를 사모은것으로 확인됨
총기업체 슬라이드파이어닷컴에 소개된 '범프스탁(bump stock)'. 이 맞춤형 개조장비를 개머리판에 장착하면 소총을 격발할때 총이 앞뒤로 반동을 일으키며 방아쇠를 자동 격발해 반자동소총을 자동소총으로 만들어준다. 분당 수십발밖에 쏠수 없는 반자동소총이 수백발 사격 가능한 대량 살상무기로 둔갑한다.
총기업체 슬라이드파이어닷컴에 소개된 '범프스탁(bump stock)'. 이 맞춤형 개조장비를 개머리판에 장착하면 소총을 격발할때 총이 앞뒤로 반동을 일으키며 방아쇠를 자동 격발해 반자동소총을 자동소총으로 만들어준다. 분당 수십발밖에 쏠수 없는 반자동소총이 수백발 사격 가능한 대량 살상무기로 둔갑한다.


■100달러 들이면 자동소총 둔갑, 허술한 법이 키운 참사
총 59명이 사망하고 500명 이상이 부상당한 이번 라스베이거스 참사는 패닥이 반자동 소총을 손쉽게 자동소총으로 개조할수 있었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커졌다. 범프스탁(bump stock)이라는 개조장비 때문이다. 반자동 소총은 장전만 자동으로 될뿐 검지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매번 당겨야만 총알을 격발할수 있게 돼있다. 이때문에 한번 방아쇠를 당긴다고 해서 여러발의 발사가 불가능하다. 범프스탁은 개머리판과 총열덮개 부분에 부착하는 추가 장비로 이루어져 있다. 개머리판에 부착하는 장치는 총을 발사할때마다 어깨에 스프링처럼 반동(bump)을 일으켜 총을 앞뒤로 흔들어준다. 한발만 발사하면 총이 계속 흔들리면서 검지손가락을 당긴 상태만으로도 여러번 방아쇠를 당기는 효과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덕분에 탄창에 탄알이 남아있는 한 총은 앞뒤로 흔들리며 방아쇠를 연달아 당기는 효과를 내며 기관총과 다름없는 연발사격이 가능해진다. 분당 수십발사격에 불과한 반자동 소총을 수백발이 나가는 대량 살상무기로 변환시켜주는 셈이다. 개조장비 자체가 합법적인데다 일부 업체들은 ‘단돈 99달러’라며 이 장비를 광고하고 있어 약 12만원정도에 일반 소총을 자동소총으로 둔갑시킬수 있다.

다이안 페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주)은 이 개조장비의 가공할 위력을 우려한 사람중 하나로 꼽힌다. 페인스타인 상원은 수년전부터 범프스탁을 금지하거나 규제해야 한다고 요청해왔으나 의회 입법까지 가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총기단체의 로비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페인스타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게 우리가 할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라며 지난 2일 의회에 다시 범프스탁 규제 법안을 제안했다.

총기 규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정치권 일각에선 아직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번 대량학살사건이 정치쟁점화하고 있는데 아직 조사가 끝나지도 않았다”면서 “총기규제법안 얘기를 하는것은 아직은 때가 이르다”고 말했다.

■명쾌한 동기파악 못해, 동거인 '매리루 댄리'가 풀어줄까
미 수사당국은 스티븐 패덕의 대량학살 동기에 대해 현재까지 동기를 알지 못하는 상태다. 인간관계가 협소하고 사회에 불만이 많은 '외로운 늑대(lone wolf)'의 소행으로 넣기에는 범행과정이 갑작스럽고 이전에 그런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슬람국가연합(IS)은 사건 직후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지만 수사당국은 패덕의 단독 범행인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FBI는 스티븐 패덕의 여자친구겸 동거인이었던 매리루 댄리가 동기를 파악하는데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댄리는 지난 3일 미국 LA공항에 도착해 FBI 요원을 만났으나 현재까지 수사당국은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댄리는 사건 당시 필리핀에 있었고, 패덕은 범행직전 필리핀 은행으로 10만달러(약 1억1000여만원)을 이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댄리를 용의선상에 올렸지만 패덕의 범행과는 무관한것으로 잠정 판단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일부 언론들은 패덕이 은행강도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내성적이고 어두운 성격을 가지게 됐을 것이라는 이론을 전했다. 패덕이 7살때 아버지가 은행강도 현행범으로 구속수감됐고, 아버지가 두번이나 탈출을 감행하면서 가족들이 매우 곤란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패덕은 3명의 남자형제가 더 있었지만 막내동생인 에릭 외에는 전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

에릭은 "우리도 별로 많은 대화를 하지 않고 지냈고, 공동으로 하는 부동산사업 외에는 특별한 얘기도 하지 않았다"면서 "사업에 있어서 패덕이 나를 도와줄일도, 내가 도울일도 없었다.
형은 모든걸 혼자 하는 사람이었다"고 소회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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