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재협상이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닌 데다 현재 시장을 주도 하고 있는 전기전자 업종은 통상마찰에서 벗어나 있어 시장 전체가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철강, 화학 등은 미국 정부가 '빨간줄'을 그어 놓은 업종이기 때문에 당분간 주가가 부정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주, 부정적 영향 클 듯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재협상으로 인해 주가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업종은 '자동차'로 꼽힌다. 일각에선 화학, 철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이들 업종은 자동차에 비해 미국에 수출하는 비중이 낮아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강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의 철강 무관세 협정 원칙을 적용받아 한미 FTA 개정안 관세적용을 피해갈 수 있는 명분도 있다.
국내 최대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그룹의 경우 관세가 재부과 되면 전체 판매량 중 8.4%가 타격을 받게 된다. 따라서 주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재협상에서 자동차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당연히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과 화학 업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 화학업체들이 생산한 석유화학제품은 절반 이상이 중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미국 수출 비중은 5% 내외다. 철강 업종에 대해서도 보다 유보적인 의견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철강에 대해서는 무역수지 적자문제 협상에 대한 의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및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을 통해 경제협정에 환율조작 금지조항이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에 미뤄 미국은 환율조작 금지조항을 추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WTO의 철강 무관세 협정 원칙의 적용 여부가 어떤 작용을 할 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체 주식시장에는 '제한적 영향' 예상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한미FTA 재협상이 한국 증시에 미칠 영향을 미리 단정짓기엔 이르다고 진단했다. 아직 개정 여부 자체가 검토 수준인 데다, 과거와 달리 미국 정부가 재협상을 주도하는 형태라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재개정 협상은 미국의 정치적 요인으로, 대북 강경 드라이브와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당장 주가나 산업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며, 지켜봐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도 "뉴스 자체는 부정적이니 심리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도 "관세 부과·쿼터 확대 등의 구체적인 개정안이 나온 것이 아니라 피해 규모가 얼마인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자동차·철강·가전 등 미국 정부가 직접 거론한 업종에서 부정적 뉴스에 대한 반응으로 하락폭은 보이겠으나, 구체적인 재협상 결과에 따라 주가 변동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 센터장은 "이번 이슈는 제품 가격·마진 등에 영향을 주는 기초 체력(펀더멘털) 요인이지만, 아직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렵다"며 "심리적 요인으로 선반응 하겠지만, 개정안을 통해 나온 결과가 하락폭만큼이 아니라고 하면 주가는 재반등 할 수 있고, 그 반대 상황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FTA 재개정이 주가에 가져올 영향이 제한적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주가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재료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은 통상마찰 이슈에서 한 발 빗겨나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수급을 이끌며 증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재 반도체 업종의 실적"이라며 "이런 국면에서 FTA는 부수적인 재료 형태로 작용하며, 영향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박지애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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