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적외선 섬광탄 개발이 또 다시 무산됐다. 우리나라 주력 공군 전투기를 북한의 중적외선 유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막아줄 섬광탄의 국산화가 5년만에 없던 일이 된 것이다.
이로써 킬체인의 핵심전력인 F-15K 전투기 등의 북한군 선제타격시 중적외선 유도미사일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이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1980년대 기술 수준에 머무른 외산 구형 섬광탄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방위사업청의 안일한 사업관리 방식이란 지적이다. 방산업체 풍산이 5년간 80억원 이상 투입해 개발해왔지만 기술력 부족과 감사원 감사 적발을 이유로 갑작스레 사업을 철회하면서 제대로 된 사업진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최근 사업관리분과위원회에서 중적외선 섬광탄 사업을 더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방사청은 2011~2016년간 20억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실전배치를 목표로 중적외선 섬광탄 개발사업을 진행했다.
2012년 6월 풍산과 체계개발을 계약해 2015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운용시험평가를 거쳤으나 '기준미달',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기만효과에 문제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불합격 판정을 내린 것이다.
지난 6월에는 해당 방산업체에 부정이 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까지 나오면서 방사청은 급히 사업을 취소시켰다.
섬광탄을 발사하면 전투기에 따라붙는 상대의 중적외선 유도미사일을 교란시킬 수 있다. 현재 군이 보유한 섬광탄은 근적외선만 방출해 북한의 신형 중적외선 미사일에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조기 탐지해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의 핵심전력 F-15K 전투기 등에 중적외선 섬광탄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2020년 양산을 시작으로 2022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추진됐던 중적외선 섬광탄 사업은 감사원 감사 이후 전면 백지화 되버렸다.
이 과정에서 방사청의 무사 안일주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부실한 사업관리감독과 관련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아예 사업을 접는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는 비판이다. 해당업체에서도 비록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부정이 발견됐지만 수년간 수십억원을 투자하면서 개발에 매진했고, ROC를 충족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해당 사업이 무산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의견은 최근 방사청장과 방산업체 경영진의 간담회에서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용 의원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우리 군의 대응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며 "방사청의 관리부실과 책임방기로 섬광탄의 전력화가 지연된다면 이는 곧 안보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속한 전력화를 위해 방사청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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