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회사 출근 중에 똥을 밟았다. 진짜 똥을 밟은 것이 아니라 가을철 불청객 '은행열매'를 밟은 것이다. 회사에 들어와 급한 대로 물티슈를 이용해 닦았지만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가을이 왔다는 것을 시각으로 알아차리기도 하지만 후각으로 먼저 느낄 때가 있다. 바로 가을 악취의 대명사 '은행 열매' 덕분이다.
가을철 도로변을 걷다 보면 고약한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자칫 밟기라도 하는 날에는 구수(?)한 냄새와 하루종일 함께해야 한다.
먹을 땐 좋지만 냄새나는 은행에 대해서 알아보자.
■ 은행나무 열매는 왜 똥냄새가 날까?
서울시에는 약 30만 그루의 가로수가 있고 은행나무는 약 11만 그루다. 그 중 암은행나무는 3만여 그루, 수은행나무가 8만여 그루이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데 암나무에서만 열매를 맺는다. 은행나무가 길게 늘어선 길을 걷다보면 유독 은행열매가 많이 떨어진 곳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은행열매에서 속칭 '똥' 냄새가 나는 이유는 겉껍질에 함유된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ginkgoic acid)'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특히 '빌로볼'은 피부에 닿으면 옻이 오른 것 같은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독성물질 덕에 곤충들로부터 열매를 지킬 수 있다. 혹시라도 은행을 손질할 일이 있다면 맨손보다는 장갑을 끼고 처리하는 것이 좋다.
■ 왜 가로수로 은행나무를 심는 걸까?
은행열매 악취는 단골 민원소재이다. 이맘때쯤이면 지자체들은 은행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다면 왜 문제(?)를 일으키는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었을까?
은행나무는 대기 중 오염물질을 흡수해 정화하는 능력이 좋다. 또한 다른 나무에 비해 약을 치지 않아도 병충해에 강해 가로수로서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만 심지 왜 암나무도 함께 심었을까?
수나무만 골라 심지 못했던 것은 은행나무는 열매를 맺기 전까지 암수를 구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열매가 열려야만 구별이 가능한데 15년 이상 자라야 열매를 맺는다. 그러니 다 자란 다음 암수를 구별해 골라 심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2011년 국립산림과학원이 어린 은행나무 잎에서 DNA를 분석해 암수를 구별하는 기술을 개발 국내 특허등록을 받았다.
서울시는 이 방법을 활용해 2013년부터 암은행나무를 수은행나무로 교체하고 있다. 주요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등에 있는 암나무를 우선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비록 악취는 나지만 그 속의 은행 열매는 맛있는 간식이고 술안주이다. 그렇다면 길거리에 떨어진 은행을 먹어도 문제없을까? 대기오염이 심각한 만큼 은행열매도 오염되지 않았을까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개 시의 도로변 은행나무 열매에 대해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모두 안전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납과 카드뮴 모두 불검출 또는 기준치 이하로 나타났다.
먹는데 문제가 없으니 은행열매를 가져가도 될까? 경찰청에 따르면 은행열매를 함부로 채취하거나 주워가면 처벌받을 수 있다.
가로수는 대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한다. 서울시의 경우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 시행규칙'에 따라 각 구의 소유다. 떨어진 과실(은행열매)도 각의 소유가 된다. 따라서 각 구청의 허락 없이 은행열매를 채집할 경우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다.(형법 제 329조 절도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다만, 떨어진 열매 소량을 줍는 행위는 사회 통념상 용인돼 처벌하지 않지만 계획적으로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따기 위해 막대기나 포대자루 등을 이용해 대량으로 채집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
yongyong@fnnews.com 용환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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