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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 비후성 심근증 환자 심장이식으로 새 삶 찾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3 09:58

수정 2017.10.23 09:58

길병원, 비후성 심근증 환자 심장이식으로 새 삶 찾아


가천대 길병원은 심장근육이 계속해서 커져 결국 심장마비가 올 수 있는 비후성 심근증을 앓던 박기원씨(55)가 심장이식 수술로 새 삶을 찾게 됐다고 23일 밝혔다.

그동안 박씨는 자주 혼수상태에 빠지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또 2013년에 이어 2015년 두 번째 이식 받은 심장자동제세동기마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박 씨는 약 10여 년 전 부친(65)과 남동생(48) 그리고 둘째아들(17)을 심장마비와 비후성 심근증으로 잃은 바 있는 심장병 가족력을 가지고 있었다. 큰 아들(32)도 오랫동안 앓아 온 비후성 심근증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씨가 처음 질병을 알게 된 것은 18세이던 고교시절이었다. 운동장을 돌던 중 돌연 심장 마비가 와 의식을 잃고 졸도했다. 이후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지는 일이 반복됐다.

최근 박 씨는 연속으로 2차례의 혼수상태를 겪고 지난 6월 주치의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의 진료 하에 병동에 입원했다. 정밀 검사 결과 박 씨의 상태가 위급하다고 판단한 정 교수는 흉부외과 박철현 교수와 장기이식센터에 긴급 심장이식을 요청했다.

심장이식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린 1달 만이었던 지난 14일, 박 씨에게 적합한 장기기증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심장이식은 이식술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수술로 안심할 수 없었다.

이번 심장이식수술을 주도한 흉부외과 박철현 교수는 "심장이식은 다른 장기에 비해 뇌사자에서 적출해서 수혜자에게 이식하기까지의 시간인 허혈시간이 매우 짧은 4시간에 불과해 분초를 다툴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가천대 길병원은 적출팀, 이식팀 간의 원활한 소통과 팀워크를 통해 신속, 정확한 이식을 진행해 박 씨가 새로운 심장으로 건강을 되찾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현재 박 씨는 성공적인 이식수술을 마치고, 장기이식 거부반응을 위해 사용한 면역억제제로 인한 낮은 면역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박 씨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동생을 심장마비로 잃고 나서는 나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생각에 늘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이제 새로운 심장으로 건강을 찾은 만큼 그 동안 아픈 자식과 손자들을 키우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노모께 효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심장을 기증해준 기증자와 가족 그리고 가천대 길병원의 의료진들 덕분에 우리 가족이 희망이라는 선물을 받게 돼 매우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1996년 국내 최초로 무혈심장이식 및 다장기이식, 아시아 최초 좌심실개조술, 국내 최초 심근성형술 등의 업적을 가지고 있는 만큼 심장이식 분야에서 단연 앞서 있다.

한편, 가천대 길병원이 장기이식 및 기증 건수 그리고 장기이식 의료질에서 인천지역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가천대 길병원 장기이식센터는 2013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3~2017년 뇌사자 장기기증은 총 75건에 달했고, 신장이식은 135건, 간장이식은 54건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또한 최근 가장 난이도가 높은 심장이식을 성공리에 마무리 지으면서 국내 최고 수준의 우수한 장기이식 실력을 확인했다. 특히 매년 간이식 10건 이상, 뇌사자 장기기증 건수 10건 이상을 유지하는 것은 전국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뇌사자 장기기증은 2013~14년 각각 12건이던 것이 2015~17년 각각 17건씩 유지되고 있다. 신장이식의 경우 2013년 23건이던 것이 2016년 27건, 2017년에는 32건을 차지하면서 매년 30건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건수는 전국에서 손꼽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간장이식도 2014년 11건, 2015년 10건, 2016년 12건을 기록한 뒤 2017년에는 14건으로 매년 10건 이상씩 이뤄지고 있다.


대한심부전연구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정욱진 교수(심장내과)는 "앞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심부전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율 향상에 도달하기 위해 관련 인프라를 보강하고, 의료진의 숙련도를 높이며 대중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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