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안에 수탁고 1조원을 달성할 자신은 있다. 하지만 우리의 최종 목표는 수탁고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오래도록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오상룡 국제자산운용 운용부문 대표(사진)는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 대표는 지난해 8월 회사 설립 이후 1년여 동안 값진 경험을 했다. 상당한 공을 들여 이번 여름에 처음으로 만기 3∼5년짜리 상품을 내놓았으나 시장상황이 여의치 않아 쓰디쓴 실패를 맛본 것이다. 그는 "은퇴를 했거나(혹은 은퇴를 앞두고 있는) 장기투자자들을 위해 월지급식 펀드 등을 만들었지만 고객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면서 "고객들은 1년 미만의 상품에만 몰렸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지난 27년 동안 금융투자업계에 몸을 담아왔지만 지금처럼 단기상품에 돈이 몰리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금리 상승조차 별다른 이슈가 되지 못할 정도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올해 초만 해도 "좋은 장기상품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했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돌리기 일쑤라고 했다.
오 대표는 이처럼 단기상품에 집중되는 이유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불안, 국가경제의 불확실성 등을 들었다. 그는 특히 "반도체를 제외하면 다른 산업은 모두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대다수 고객들의 시각"이라고 진단했다.
국제자산운용도 최근 시장 상황에 맞춰 만기가 각각 6개월, 9개월인 상품을 내놓았더니 돈이 몰려들었다. 오 대표는 "투자기간은 짧고, 안정성과 수익성은 높아야 한다"면서 "정기예금 금리가 연 1.5% 수준인데 고객들은 수수료를 모두 제하고 연 수익률 2.5%는 돼야 만족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의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성격은 급해지니 자산운용사로서는 일이 더욱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국제자산운용이 최근 출시한 상품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초기설정금액 55억원 규모의 공연펀드(국제 CLIP공연인프라 전문투자형사무투자신탁1호)다. 오 대표는 "공연판은 회계의 불투명성 등으로 '야바위시장'이나 다름없었다"면서 "회계법인을 이용, 자금집행과 정산을 투명하게 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펀드가 투자한 뮤지컬 '캣츠'가 인기를 끌었고, 연간 기준으로 두 자릿수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오 대표는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소문을 들은 투자자들의 요청에 따라 펀드 규모를 7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웃었다.
오 대표는 "장기적.안정적 상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선보이는 것이 목표였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믿는다"면서 "시장 여건이나 고객의 요구,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도 개발하겠지만 원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분간 그 시장이 올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주목받는 시기가 올 때까지 준비는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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