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의 최대 축제 한국시리즈를 맞아 온라인 암표 거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현행법상 현장이 아닌 온라인상 암표 매매는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매년 한국시리즈가 열릴 때마다 암표상들 횡포가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티켓 재거래용 애플리케이션 ‘KBO 리세일’을 출시해 암표 거래를 부추기며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가 10배 이상에 판매.. 야구팬들 불만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켓 거래 사이트 ‘티켓베이’에는 지난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아타이거즈와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티켓을 1장에 280만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가장 비싼 스카이박스 좌석 정가 8만원의 무려 35배 가격을 부른 것이다. 실제 거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야구 팬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정가보다 비싼 티켓을 파는 암표상들의 글은 티켓베이, 중고나라 등 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시리즈가 7차전까지 열릴 경우 경기 장소인 챔피언스파크의 포수 바로 뒤 챔피언석(정가 7만원)은 7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온라인 암표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관련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경범죄처벌법은 경기장, 정류장 등 현실공간에서 암표 판매만 처벌토록 하고 있다. 온라인상 암표 거래는 예외여서 관련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자동 폐기가 반복됐다.
더구나 이번 한국시리즈 티켓 예매는 일부 아이돌 팬까지 합류해 예년보다 구하기가 더 어려웠다. 일부 워너원 팬들이 워너원 팬미팅 티켓 예매에 앞서 연습 삼아 한국시리즈 티켓 예매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기아 팬과 두산 팬이 하나가 돼 워너원 팬들과 온라인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KBO 리세일 앱 출시.. 수수료 논란도
KBO는 이달 티켓 재판매 공정성·안전성을 명분으로 ‘KBO 리세일’ 앱을 출시했다. KBO는 앱에서 판매하는 티켓을 정가의 최대 130%로 제한했다. 그러나 앱의 ‘삽니다’ 게시판에는 티켓을 구매하려는 팬들의 글이 잇따라 암표상 표적이 되면서 사실상 가격 제한이 없는 상태다.
수수료도 논란이 되고 있다. 리세일 앱에서는 판매자의 경우 티켓 1장당 1000원을, 구입자는 구매 가격의 10%를 거래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부 야구 팬들은 티켓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KBO가 이를 되팔아 수수료 장사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주장했다.
KBO 관계자는 "티켓 사기가 잇따라 팬들이 믿고 살 수 있는 공식 티켓 유통 채널을 만든 것이지 암표상을 키우려 하거나 수수료 장사를 위한 게 아니다"며 "미국 메이저리그 등 외국은 티켓 2차 판매시장이 발달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게시판 관리문제는 확인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월 온라인 암표 거래도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측은 KBO의 리세일 앱 출시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온라인 암표 거래는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이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소위에 회부된 뒤 진척이 없는 상태"라며 "이런 와중에 KBO가 암표 거래를 허용하는 리세일 앱을 출시해 당황스럽고 어떤 의도인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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